[대전/충남]생활속 파고든 복지경찰… 안전이 찾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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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에 경찰배치 등교 지도… 공원 자전거 순찰… 가정폭력 리콜 서비스
대전경찰청 ‘하하하 프로젝트’ 시행 7개월째… 시민호응 높아

대전 동구 가양2동 동대전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학생들과 경찰이 폭력없는 학교 만들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매일 학교를 방문하는 경찰관들이 응석을 부릴 정도로 친해졌다고 말한다. 대전지방경찰청 제공
대전 동구 가양2동 동대전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학생들과 경찰이 폭력없는 학교 만들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매일 학교를 방문하는 경찰관들이 응석을 부릴 정도로 친해졌다고 말한다. 대전지방경찰청 제공
“잠이 많아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도 멍한 상태였어요. 차가 오는 줄도 몰랐는데 경찰관 아저씨가 사고를 막아 주셨죠.”

지난달 1일 대전 갑천초등학교 4학년 이진 군이 정용선 대전지방경찰청장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다. 경찰이 위기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한 것은 대전경찰청이 5월 시작한 ‘안전하고 행복한 대전 만들기’ 운동 덕분이다. 일명 ‘하하하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이 운동은 각종 치안 지표를 높이면서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정부가 경찰관을 2만 명 증원하기로 한 가운데 미래 복지사회 경찰의 역할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경찰관과 장학사 교차근무


이 운동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장은 학교다. 기자가 출근을 위해 평일 오전 유성구 관평동과 문지동을 지나는 사이 관평중과 문지중, 문지초, 전민고 등 4개 학교 앞에서 경찰을 발견했다. 대전시내 237개 초중고교에 2명씩 배치된 경찰관들은 오전 7시 4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안전한 등교를 돕는다. 초등학생들은 손을 붙잡고 횡단보도를 건네 주고 차량의 과속 질주 및 불법 주정차를 점검한다. 시야를 가리는 현수막을 제거하고 유해식품 단속도 한다. 학생들은 먼저 ‘하이파이브’를 청할 정도로 경찰관과 친숙해졌다.

경찰은 좀 더 내밀한 고민을 들어 보기 위해 학생들과 점심식사를 같이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런치톡(Lunch Talk)’ 행사도 각 학교에서 열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정 청장이 둔산여고를 찾아 특강을 한 뒤 런치톡 행사를 개최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들과의 접촉을 통해 학교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화장실이나 주변 뒷골목이 아니라 교실이라는 얘기를 듣고 선생님들에게도 말해 줬다”고 전했다.

김신호 대전시교육감은 생활지도 담당 장학사를 매일 오전 대전경찰청에 보내 학생과 관련된 사건사고의 예방 및 사후 처리에 협력하도록 했다. 이런 활동에 힘입어 5월부터 최근까지 대전지역 초중고교의 학교폭력 피해는 74.5%, 스쿨존 교통사고는 18.2% 감소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28일부터 대전경찰의 학교안전 활동을 전국으로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 제도적 정착 여부 주목

하하하 프로젝트는 무질서 단속, 가정폭력 방지, 장애인 배려, 노인 및 어린이 교통사고 방지 등 질서 회복과 소외된 곳 살피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 청장은 빌 브래든 전 뉴욕경찰청장이 1993년 강력범죄와 무질서, 매춘으로 얼룩진 뉴욕 시를 되살리기 위해 지하철 무임승차 단속부터 했던 경험에서 시사점을 얻었다고 말한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하루 17만 건으로 많았지만 범죄로 취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무임승차자 7명 중 1명이 수배자나 보호관찰자 등으로 분석되자 치안 회복의 출발점으로 보고 집중 단속을 폈다. 단속이 강화되자 범죄율이 낮아지고 무질서가 자취를 감췄다. 지하철 이용이 늘어 수익이 높아지자 투자가 이뤄지고 이런 선순환으로 뉴욕 시 치안이 바뀌기 시작했다.

대전지방경찰청은 자전거 순찰과 경찰관 배치 등을 통해 공원과 거리 무질서 단속에 나서 절도사건을 30%가량 줄였다. 낮에 전조등 켜기, 방향지시등 생활화 운동 등을 편 결과 올해 3분기 교통사고 감소율이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범죄의 근원은 ‘가정의 파행’이라고 보고 가정폭력 적극 신고하기, 가정폭력 삼진 아웃제, 가정폭력 리콜 서비스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대전의 가정폭력 체감안전도는 전국 2위를 기록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5월 개정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이 발효돼 경찰이 가족 동의 없이 가정폭력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논란을 의식해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청각장애인이 관련된 사건사고는 수화통역사가 도착해야 조사를 시작한다는 원칙도 도입했다. 먼저 설명을 들으면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장애인 배려 시책이다.

하하하 프로젝트가 정 청장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정 청장이 충남지방경찰청장 당시 노인과 장애인 시책을 펴고 이를 위해 노인·장애인계를 설치했지만 임기가 끝나자 경찰청이 공식 직제에 없다며 폐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 총장은 “강원지방경찰청이 우리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해 ‘안전하고 행복한 강원 만들기’를 시행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경찰의 역할이 궁극적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인 만큼 이 운동이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경찰#복지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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