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최소 수입보장 → 비용보전’ 방식으로 사업조건 변경
부산시-경남도 새 운영사와 협약… 분쟁없이 방식 전환 전국 첫 사례
‘돈 먹는 하마’라고 불린 ‘거가대로’의 운영 수익 부족분 보전 방식이 바뀌어 5조3000억 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거가대로 민자사업 실시협약의 사업 조건들을 변경해 재정 부담을 줄이는 ‘자본 재구조화 협상’을 마무리하고 11일 경남도청에서 협약을 체결한다”고 10일 밝혔다. 거가대로가 개통된 지 2년 10개월,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시절 재구조화 협상 카드를 꺼내 든 지 2년 만이다.
이 자리에는 허남식 부산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거가대로 주무 관청 책임자를 비롯해 민자사업 새 출자자인 KB자산운용㈜ 이희권 대표, 관리운영권자인 GK해상도로㈜ 김경수 대표가 참석한다.
재구조화로 민간 출자자(주주)는 거가대로를 시공한 대우건설 등 8개 건설사에서 금융기관인 KB자산운용으로 교체된다.
이번 협상은 대우건설 등이 KB 측에 주식을 넘기면서 투자금액을 일시불로 받아 다른 사업을 벌일 여력을 갖는 대신 KB 측은 통행료 수입과 관리운영권을 통해 매년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맞아떨어져 성사됐다.
사업 조건 변경의 핵심은 실제 통행량이 당초 예상을 밑돌면 양 시도가 예산에서 차액을 보전해 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방식(MRG)을 비용보전방식(SCS)으로 변경하는 것. MRG는 연간 계획통행량(예상치)을 77.55%로 잡고 만약 실제 통행량이 60%밖에 안 되면 그 격차(17.55%)만큼 양 시도가 금액을 보전해 준다.
당초 실시협약에 따르면 양 시도가 거가대로에 1조4113억 원(2012년 경상가 기준)을 투자한 대우건설 등 민간 사업자에게 처음 20년간 예상 통행량 수입에 미달하면 차액만큼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또 그 다음 20년 동안에는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통행료를 인상해 주지 못할 경우 차액을 보전해 주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통행료 수입 4조9537억 원을 사업자에게 넘겨주고도 통행량 부족에 따른 MRG 2조5675억 원과 통행료 동결에 따른 차액 보전금 2조8911억 원 등 모두 5조4586억 원을 양 시도 재정에서 추가로 보전해 줘야 할 형편이었다. 이 경우 사업자가 40년간 챙겨가는 돈은 10조4123억 원으로 추산됐다.
실제로 2011년 거가대로의 하루 평균 계획통행량을 3만335대로 잡았으나 통행량은 이의 70.2%인 2만1281대에 불과해 양 시도가 464억 원을 보전해 줬다. 지난해에는 실제 통행량이 계획통행량의 64.9%에 불과해 양 시도가 603억여 원을 부담했다.
재정 압박을 느낀 양 시도는 새로운 출자자(운영사)로 KB 측을 선정하고 사업수익률을 12.5%에서 시중 은행금리보다 약간 높은 4.7%로 대폭 인하했다. 관리운영비(5907억 원)는 기존 협약 대비 3%로 줄였다. 이 같은 결과로 시도가 부담할 재정은 1007억 원으로 감소했다.
또 매년 물가인상률(3%)만큼 인상하도록 했던 통행료 조정권도 주무 관청이 갖는다. KB측에 돌아가는 금액은 통행량 수입(4조9537억 원)과 재정 부담(1007억 원)을 합쳐 5조544억 원으로 애초 협약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재구조화를 거치면서 절감한 금액은 5조3579억 원에 이른다.
대구 제4차 순환도로, 경기 용인시 경전철, 서울 도시철도 9호선 등과는 달리 재구조화 협상을 분쟁 없이 마무리한 것도 처음이다. 거가대로는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부산 강서구 천성동을 연결하는 8.2km의 해상 교량 및 해저 터널을 포함한 도로. 김영삼 정부시절 김혁규 경남도지사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2004년 12월 착공했으며 2010년 12월 14일 개통됐다. 소형차 통행료는 1만 원, 대형차는 2만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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