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000만 원 들였는데 성적이 안 나와 당장 아이들 대학 보내는 것부터 고민입니다. 방과 후 나머지 수업도 15명 부르면 서너 명 올까요….”
매년 1억4000만∼1억5000만 원씩 지원받아온 서울의 A혁신학교(고교) 교장의 말이다. 인성교육에 방점을 두고 출범한 지 2년째다. 하지만 각종 체험활동 때는 활기차다가 수업시간만 되면 무기력해지는 학생들, 이상을 내세우는 교사들과 낮은 성적을 두고 현실을 헤아리는 교사들 간 갈등을 중재하느라 이 교장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혁신학교의 실상이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서울형 혁신학교의 첫 평가에 드러났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서울형 혁신학교는 억대 지원금에 비해 학업성취도는 일반학교보다 낮았다. 현재 서울형 혁신학교 67곳 중 45곳을 조사했다. 1년 이상 운영한 59곳이 대상이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이 반대해 14곳은 불참했다.
초중고교 모두 혁신학교 학생들이 일반학교 학생들에 비해 우수학력 등급비율이 낮았다. 반면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 등급은 높았다. 특히 국어 영어 수학 과목에서 격차가 컸다.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간 우수등급 비율 차이를 보면 초등학교에서 수학(―10.85%포인트) 영어(―10.22%포인트) 국어(―7.33%포인트) 등으로 혁신학교가 크게 낮았다. 중학교도 영어(―15.13%포인트) 국어(―10.46%포인트) 수학(―10.40%포인트) 등으로 혁신학교가 모자랐다. 고등학교 역시 영어(―15.30%포인트) 수학(―12.65%포인트) 국어(―10.27%포인트) 등으로 혁신학교가 처졌다.
한국교육개발원은 “학교 운영과 관련해 혁신학교는 합리적인 예산편성과 집행은 물론이고 기초학력 부진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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