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0시경 인천 중구 항동 7가 인천 연안부두 활어수산물도매거리. 평소 같으면 경남 통영을 비롯해 제주, 흑산도 등 전국에서 생산되는 양식 및 자연산 활어와 패류를 실은 차량과 수산물을 나르는 직원들로 북적거려야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여파 후 이런 모습이 몇 개월째 사라졌다. 이 도매거리는 전국 수산물의 중간 집산지로 120여 개의 수산물유통도매상이 수도권과 충청, 강원에서 판매되는 활어와 해산물의 60%를 공급한다.
소매 시장인 연안부두 종합어시장의 사정도 마찬가지. 상인들이 가끔씩 지나가는 행인들을 상대로 요즘 제철인 도루묵 등 싱싱한 생선이 들어왔다고 외쳤지만 흥정하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일본 원전사태로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면서 연안부두 수산물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A 도매상 직원은 “매출이 급감하면서 적자가 심해지자 사장이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날 인천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 사무실에서는 조합 간부들이 연신 담배를 입에 물며 대책회의를 하고 있었다.
“방사능 괴담이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저희는 물론 어민, 양식장, 일식집, 수송업체가 줄도산 위기에 있습니다. 폐업하는 횟집도 속출하고 있고요….”
11∼2월은 이곳 수산물 연간 매출의 60% 이상을 파는 시기지만 ‘방사능에 오염된 생선 한 마리만 먹어도 암에 걸린다’ 식의 괴담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지난해에 비해 40% 가까이 매출이 급감했다.
우럭의 경우 kg당 평균 1만3000원 하던 시세가 현재 9000∼1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건우수산 대표 정영희 씨(46)는 “횟집 등 거래처가 60곳 정도 되는데 국제통화기금(IMF)사태 때도 지금보다는 장사가 잘됐다”고 말했다.
연안부두 수산물유통도매상인 충무수산의 거래처 횟집 80여 곳 가운데 10곳이 올해 일본 원전 여파로 문을 닫았다. 대성유통도 거래처 80여 곳 중 10여 곳이 문을 닫았는데 서너 곳은 아예 연락두절이다.
어민과 활어유통 관련 업체들은 정부의 늑장과 안일한 대응이 수십만 명의 수산물 유통 관련 종사자를 도산 위기로 몰고 있는 만큼 수산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 김영복 이사장은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구제역 사태 때 돼지, 소의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했듯이 우리 정부도 일본 모든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공부해 온 전문가들은 루머와 괴담으로 인해 생선 등 수산물을 줄이면 인체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숙 한국원자력의학원 비상진료센터장은 “방사능에 오염된 생선을 1주일에 1kg씩 1년간 꾸준히 먹는다고 가정해도 피폭량은 0.067mSv에 불과해 연간 허용치인 1mSv보다 매우 낮아 암에 걸릴 확률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조합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산물 ‘소매’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광어와 우럭 농어 감성돔 도다리 낙지 전복 피조개 등 싱싱한 수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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