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을 둘러싼 지루한 갈등이 볼썽사납다. 동물원을 유치해 이득을 보려는 계산만 앞설 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뒷전이다.
대구 중구 달성공원에 있는 동물원은 1970년 5월 문을 열었다. 전국의 다른 동물원에 비해 개장이 빠르다. 40여 년이 지나면서 개장 당시와는 달리 비좁고 낡아 이름값을 못한다. 공원면적(12만6600m²) 가운데 동물원은 9200m²가량이다.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등 78종 740여 마리가 살고 있지만 동물의 특성에 맞는 생태환경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이 같은 사정으로 대구시가 1993년부터 동물원 이전을 추진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20년 동안이나 이전은 표류하고 유치에 나선 수성구와 달성군은 다투고 있다. 수성구는 대구시의 유치계획에 문제를 제기하고 감사원에 감사까지 청구했다. 엊그제 한 대구시의원은 “이럴 바엔 동물원을 경북 쪽으로 이전하는 게 낫다”는 대안을 제시했다가 시의원끼리 싸움이 벌어졌다.
동물원은 자연생태와 최대한 가깝게 환경을 조성하는 게 원칙이다. 그렇지 못하고 좁은 감옥 같은 우리에 가둬둔 채 구경이나 하는 용도라면 동물학대와 다를 바 없다. 대구동물원의 경우 코끼리와 사자, 호랑이를 보면 멋진 모습이라기보다 불쌍한 느낌이 먼저 들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 최근 1년 7개월 동안 죽은 사자와 호랑이 등 25마리 가운데 사고나 부적응으로 죽은 경우가 적지 않다.
대구동물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 서울대공원은 바다사자 공연을 마지막으로 이달부터 동물을 이용한 모든 공연을 중단했다. 사람의 ‘눈요기’를 위해 동물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성도 작용했다. 돌고래쇼를 하던 돌고래(제돌이)는 올해 여름 제주바다로 돌려보냈다. 올해 9월 경주보문관광단지 입구에 개장한 동궁원 동물원(버드파크)은 ‘동물도 행복하고 사람도 행복하다’는 슬로건이 어울릴 정도로 체험형의 새로운 방식이어서 관람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대구동물원은 시설 개선도 어렵고 이전도 언제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달성공원 동물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라도 최소한 있어야 하지 않을까. 동물원 환경도 제대로 만들어주지 못하면서 유치를 둘러싼 싸움이나 하고 있으면 아무리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혀를 차는 듯하지 않는가.
‘사회교육시설’인 동물원은 동물을 보호하고 아끼는 마음을 키우고 생태 등을 연구하는 게 기본 역할이다. 지금 대구동물원은 이런 목적과 너무나 동떨어진 불행한 모습이다. 대구시와 수성구, 달성군은 유치를 둘러싼 이기적인 다툼 대신 동물가족의 ‘복지와 행복’에 대한 고민과 성찰부터 하는 것이 이들에 대한 예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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