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해 11일 시의회에 제출했다. 2조7852억 원 규모인 예산안은 시의회 심의를 거쳐 다음 달 13일 확정된다. 노인과 아동복지 부문의 예산을 각각 48.9%와 32.7% 늘리고 부채 1108억 원을 상환하는 등 복지에 치중하면서 살림을 줄이는 긴축 기조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렵거나 여론과는 다소 거리가 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을 곳곳에 넣어 두었다. 먼저 시립도서관을 짓기 위해 실시설계비 등으로 20억5000만 원을 편성한 것. 시립도서관이 건립될 곳은 울산 전역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30년 이상 처리하고 있는 분뇨처리장(남구 여천동)이다. 현재의 분뇨처리장이 내년에 온산공단 인근으로 옮겨지면 용지 확보가 쉽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대기 공해가 심한 울산석유화학공단과도 가깝고 시가지와 떨어져 있어 다른 곳에 시립도서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수축구경기장 유스호스텔 건립비 71억8000만 원도 편성했다. 2002년 월드컵대회가 열렸던 문수경기장의 3층 관중석을 없애고 150억 원을 들여 유스호스텔을 건립하려는 계획에 대해 체육인은 물론이고 시민들도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 “1000억 원을 들여 건립한 축구장 관중석을 줄여 유스호스텔을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57m 높이로 설계된 울산대교 전망대도 더 높게 세워 울산의 상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시는 당초 계획대로 짓기로 하고 20억 원을 책정했다.
그나마 85억 원을 들이기로 했던 태화강 인도교 건립을 취소하고 10여 년째 착공조차 못했던 신불산 로프웨이(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내년에 설계비 6억4000만 원을 편성한 것은 여론을 수렴한 대목이다.
논란이 계속되는 사업은 시민 뜻을 더 물어보고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한 행정이다. 시립도서관과 문수축구경기장 유스호스텔 등은 한번 착수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3연임을 마치고 내년 6월 퇴임할 박맹우 시장 재임 기간 내내 시비가 생긴 사안은 차기 시장에게 결정권을 넘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론을 무시하고 밀어붙인다면 ‘뚝심’보다는 ‘오기’로 비칠 것이다. 많은 시민은 12일 시작되는 울산시의회의 예산안 심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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