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닷컴은 2000년 한국에 진출했다가 쓴맛을 보고 사업을 철수했다. 수출기업과 수입업체를 회원으로 모은 뒤 이들을 연결시켜야 수익이 나는데 한국 수출기업들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 한국 재진출을 노리던 알리바바닷컴은 2008년 방법을 바꿨다. 한국업체 E사와 협력계약을 맺고 한국 고객확보를 맡겼다. 업체들로부터 받는 연회비는 알리바바닷컴과 E사가 반반씩 나누는 조건이었다.
E사는 초기 4년간 매년 6억 원가량 적자를 보면서도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알리바바닷컴보다 한국 사정에 월등히 밝다는 점을 적극 활용한 끝에 약 5만4500곳의 고객업체를 확보했다.
2012년 E사가 흑자전환에 성공하자 알리바바닷컴이 돌변했다. 아무 이유 없이 9월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 이 무렵 E사의 직원 5명이 이유를 밝히지 않고 회사를 그만뒀다. 이 과정에서 E사는 퇴직한 직원들이 노트북에 저장된 업무데이터를 인수인계하지 않고 모두 파기한 사실을 발견했다. 게다가 퇴직한 직원들은 알리바바닷컴 한국대표와 함께 새 회사를 설립할 준비에 들어갔다. 수상히 여긴 E사는 이들을 고발했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퇴직한 직원들이 알리바바닷컴 측과 공모해 E사의 고객명단을 빼돌린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빼돌린 고객명단을 이용해 새로 S사를 설립할 준비를 했는데 S사의 설립자금은 모두 중국 알리바바닷컴 본사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닷컴과 S사는 형식적으로는 별개 업체지만 실질적으로는 S사가 ‘자회사’였던 셈이다.
유 씨 등은 E사의 내부 컴퓨터에서 고객명단과 통계분석시스템 등 중요 경영정보를 외장하드에 저장한 뒤 가지고 나와 배 씨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알리바바닷컴 한국영업을 전담할 자회사까지 설립했던 E사는 수십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 E사 관계자는 “겨우 흑자로 돌아선 순간 거대 중국기업으로부터 ‘토사구팽’당했다”며 “수십억 원의 손실뿐만 아니라 근무하던 직원들도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