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t 화물차에 15t 싣고 ‘씽’… 커브길 전복위험 60% ‘껑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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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 반칙운전]<4>‘불안한 질주’ 과적 단속 현장

《지난해 사업용 화물차가 낸 교통사고는 6894건이었다.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 22만3656건의 3.1%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업용 화물차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3.97%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2.41%)의 1.6배다. 정해진 적재용량을 초과해 짐을 더 많이 싣는 과적은 이런 화물차 교통사고의 피해를 키우는 대표적인 ‘반칙운전’으로 지적된다.》

○ “5t 차에 20t 실어도 과적 단속 안 돼”

화물차의 과적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동아일보 취재팀은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의정부국도관리사무소의 과적 이동단속반을 동행 취재했다. 단속반은 경기 동북부 지역 국도에 설치된 이동식 검문소 11곳을 돌며 무작위로 단속을 벌인다. 이동 중에도 과적이 의심되는 차량을 만나면 추적해 차를 세운 뒤 이동식 계측기로 단속을 한다.

이날도 경기 가평 남양주 포천 등을 돌며 단속활동을 하던 중 가평군 청평면 삼회리에서 조경석을 잔뜩 싣고 달리는 15t 덤프트럭이 포착됐다. 차를 세운 뒤 이동식 계측기로 바퀴 한 축당(서로 연결된 왼쪽 오른쪽 바퀴가 한 축) 무게를 쟀다.

화물차 단속 기준은 축중량 10t, 총중량 40t이다. 측정 오차범위를 고려해 실제로는 각각 11t, 44t부터 과태료를 부과한다. 해당 차량은 3개 축 중 두세 번째 축이 모두 11t을 넘겼다. 총중량도 적재용량 15t을 훌쩍 넘겨 29.3t이 나왔다. 운전사 A 씨(40)는 “적게 실으면 적게 싣는다고 (화주들이) 뭐라고 하는데 어떡하느냐”고 하소연했다. 50만 원 과태료 처분을 받은 그는 “(화물을) 한 번 옮기는 데 15만 원인데 오늘 일 다 망쳤다”며 속상해했다. 도로법에 따라 과적으로 적발되면 적재량 초과 정도에 따라 50만∼15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적발 횟수가 누적되면 그만큼 과태료도 많아진다.

이날 과적으로 단속된 화물차는 3대에 불과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단속 기준을 넘기지 않은 차량이 많았다. 청평면 대성리역 인근 국도에서 목재를 높이 쌓고 가던 9.5t 흰색 트럭은 무게중심이 흔들려 불안한 모습으로 달려 계측을 해봤다. 1차 계측 결과 4개 축 중에서 첫 번째와 네 번째 축이 각각 11, 10t을 넘겼지만 다시 잰 결과 모두 축중량이 11t에서 조금 모자라 단속을 면했다. 김민호 단속원은 “법 테두리에서는 안 걸리지만 위험한 수준으로 적재했기 때문에 구두 경고만 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과적 화물차는 5만7000대로 전년도보다 26.7% 증가했다. 하지만 적발된 수치는 실제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현행 단속기준은 축하중과 총중량만 제한하기 때문에 실제로 규정된 적재용량을 초과하더라도 단속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의정부국도관리사무소의 이흥구 주무관은 “특히 5t 화물차가 문제”라며 “현행 단속기준으로는 5t 화물차에 15t, 20t을 실어도 가변축만 추가로 달면 축중량이 분산돼 축당 11t을 넘지 않기 때문에 단속에 안 걸린다. 5t 화물차에 가변축을 3개까지 단 것도 봤다”고 설명했다.

○ 과적하면 제동거리, 전복 위험성 60%↑

화물차 과적은 교통사고를 유발해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무서운 반칙운전이다. 그렇다면 화물차가 과적을 했을 때 교통사고 위험은 얼마나 커질까.

취재팀과 교통안전공단은 서울대 차량동력학 및 제어연구실에 의뢰해 화물차 과적으로 인한 위험이 얼마나 커지는지 실험했다. 연구팀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결과 과적을 하면 차량 제동거리와 전복 위험성이 크게 증가했다. 먼저 5t 화물차에 각각 5t, 15t을 실은 상황을 설정하고 시속 70km, 90km로 달렸을 때 제동거리를 측정했다. 시속 70km에서 5t을 실었을 때 제동거리는 26m였지만 15t을 싣자 42.6m로 63% 늘어났다. 시속 90km에서는 40.8m에서 67.9m로 증가 폭(66%)이 더 컸다. 두 속도에서 각각 16.6m, 27.1m가량 제동거리가 늘어났다. 이 정도 차이는 횡단보도 훨씬 앞에서 정지할 수 있던 차량이 횡단보도를 한참 지나친 뒤에야 정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굽은 도로를 달릴 때 과적에 따른 전복 위험성도 측정했다. 반경 460m인 도로에서 시속 70km로 달릴 때 화물차에 적정 적재량인 5t을 실었을 때보다 15t을 실었을 때 전복 위험도가 57.3% 커졌다. 속도를 90km로 높이면 위험도는 60.3% 증가했다. 굽은 정도가 더 커진 반경 140m 도로에서 시속 90km로 15t을 싣고 달렸을 때는 적정 적재량인 5t을 실었을 때와 달리 반드시 전복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재완 교통안전공단 안전평가팀장은 “화물차가 과적을 하면 무게중심이 위로 이동해 굽은 도로에서 원심력에 의한 전복 가능성이 커진다”며 “제동거리, 전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외에 엔진 출력도 단축되고 타이어 마모도 심해져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 “느슨한 단속기준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축당 무게와 총중량 무게만 제한을 둔 과적 단속기준을 보완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선진국처럼 축의 수에 따라 단속기준을 세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한국도로공사 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축하중 제한기준을 단일축은 10t, 2개축은 18t, 3개축은 24t으로 정하고 있다. 미국도 각각 9.1t, 15.4t, 19.3t으로 분류한다. 단일축은 10t, 2개축은 20t, 3개축은 30t 등 축당 10t씩 정비례로 늘어나게 규정한 우리나라와 달리 전체 적재량을 줄이도록 돼 있는 것. 이와 더불어 과적을 요구하는 화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평=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화물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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