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 아동 250여명으로 구성
전남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후원자 등 1000명 초청 연주회
‘한국판 엘 시스테마’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전남지역 5개 시군 소외계층 아이들이 음악을 배우며 키운 희망을 함께 선보였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베네수엘라 빈민층 아이들을 위해 시작된 오케스트라 육성 사업으로 음악을 통한 청소년 선도에 효과를 거뒀다.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는 12일 전남 목포실내체육관에서 ‘사랑의 인사’ 등 클래식 8곡을 연주했다. 세 번째인 이번 정기연주회는 목포, 담양, 강진, 보성, 장성지역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합동단원 268명이 호흡을 맞췄다. 단원들 가운데 250여 명은 한부모가정·다문화가정 자녀이거나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후원자와 가족 등 1000명이 참석해 연주를 축하해줬다. 연주회에 앞서 모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관심을 모았던 열세 살 천재 기타소녀 이하늘 양에게 연주용 기타 마련 성금을 전달했다.
현재 드림오케스트라는 전남 5곳을 비롯해 전국에 13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13곳 가운데 목포가 제일 먼저 생겼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는 2010년 빈곤가정 자녀들에게 성금을 전달하는 것보다 정서적 안정을 찾아주는 것을 모색했다. 전남지역본부가 선택한 게 엘 시스테마였다.
목포에서 2010년 10월 18일 처음 창단된 드림오케스트라의 단원은 35명이었다. 첫 연습실은 목포산정농공단지 내 회관이었다. 이후 연습실을 목포 한 초등학교로 옮겼지만 2011년 철거돼 보금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교육 당국의 도움을 받아 목포 용호초등학교에 새 둥지를 틀었다. 아이들은 추위에도 난방이 되지 않고 무더위에도 선풍기가 없는 연습실에서 악기를 연주했다.
어려운 여건에서 배운 음악은 아이들의 정서를 안정시켰다. 자신감과 꿈, 웃음도 가져다줬다. 목포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김모 군(13·초등 6)은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ADHD)를 앓았지만 바이올린을 3년간 배우며 정서가 안정됐다. 김 군은 얼굴도 모르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음악으로 달래고 있다. 정모 군은 음악가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현재 목포에는 아동 172명이 음악으로 아픔을 치유하고 꿈을 키우고 있다. 2011년 7월 담양군, 2012년 7월 강진군, 올 5월과 7월 장성군과 보성군에 각각 드림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다. 지역별로 단원은 25∼40명이다.
전남지역 드림오케스트라가 한국형 엘 시스테마로 발전한 것은 숨은 후원자 200여 명의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드림오케스트라는 정부 지원보다 후원자들의 작은 정성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단원들이 사용할 각종 현악기를 기부하고 수리해주는 홍의현 드림오케스트라 단무장(목포 홍현악기 대표)이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홍 단무장은 전남 22개 시군 전부에 빈곤·농어촌 아동들을 위한 꿈의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게 꿈이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김한림 지휘자도 숨은 힘이다. 전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교사 2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줄 재능 기부자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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