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소득이 1억 원을 넘는 사업가 A 씨는 2011년 한 시중은행에서 서민전용 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 2000만 원을 받았다. 새희망홀씨 대출은 연소득 3000만 원 이하인 사람만 받을 수 있지만, A 씨는 은행 심사를 통과했다. 이 은행은 일용직이나 사업자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연 소득을 환산했다. 이때 1400만 원을 넘으면 무조건 연 소득을 1400만 원으로 간주했다. A 씨의 경우 건강보험료로 환산한 연 소득은 1억1000만 원이었다.
서민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출시한 각종 서민금융 대출상품이 정작 엉뚱한 사람에게 지원되는 등 부실하게 운영된 사실이 드러났다. 정작 대출금을 성실하게 갚아온 ‘진짜’ 서민에게는 애초 약속한 이자 감면조차 제대로 해 주지 않았다.
감사원이 13일 내놓은 서민금융 관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 시중은행은 새희망홀씨 대출 9936건 중 51%인 5064건을 지원 대상이 아닌 고소득자 등에게 대출해 줬다. 또 다른 은행은 전산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연 소득 4000만 원 이상인 사람에게 대출을 집행했다. 이런 식으로 부당하게 나간 새희망홀씨 대출액은 410억 원에 달했다.
차상위계층이나 신용등급 7등급(전체 10등급) 이하인 저소득·저신용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미소금융도 허술하게 운영됐다. 감사원 표본조사 결과 전체 표본의 71%에 해당하는 사람이 차상위계층이 아닌데도 미소금융 자금을 대출 받았다. 또 차량 구입자금 담보대출이나 고(高)신용등급자 대출 등에 총 대출액의 44%인 2200억 원이 나가 서민을 지원한다는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반면 이자 감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은행들은 당초 새희망홀씨 대출금을 1년 이상 성실하게 갚은 사람에게 금리를 최대 1%포인트 깎아주기로 했지만, 전산 시스템 미비 등의 핑계를 들며 지키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이자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이 7559명이고 은행이 챙긴 이자 금액은 3억5000만 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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