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 재판장인 박관근 부장판사는 1일 공무집행방해와 상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회사원 장모 씨(33)의 항소심 공판에서 선고를 앞두고 서로 다른 결과가 담긴 판결문을 각각 써왔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한 개는 1심대로 실형을 선고하는 판결문이고, 한 개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판결문이라는 뜻이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의 최후진술이 끝나고 선고 직전 주심 판사와 귓속말로 상의한 뒤 이 같은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박 판사는 집행유예 판결문을 택해 선고했다.
장 씨는 7월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커피숍에서 주문한 커피가 늦게 나온다는 이유로 종업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몸싸움을 벌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장 씨가 피해자와 합의했고, 폭행당한 경찰관을 위해 100만 원을 공탁한 점이 양형 사유에 참작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장이 실형과 집행유예 기로에 서있는 피고인에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런 상황을 법관 재직 시절 들어본 적이 없다”며 “법관이 결론을 확실히 내리지 못했다고 밝힌 것과 다를 바 없어 만약 실형이 나왔다면 승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첫 공판에서 선고까지 내리는 즉일선고 사건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사전 합의를 마친 뒤 법정에서 피고인의 태도를 보고 양형을 결정하기 위해 판결문 초고를 두 개 준비했던 것”이라며 “피고인에게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다시는 선처할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판사는 최근 김일성 시신 참배 행위에 대해 ‘동방예의지국’을 거론하며 무죄를 선고했고, 서울 도심 편도 4차로를 점거한 시위자에게 잇달아 무죄를 선고해 논란을 일으켰다. 박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0기로 1994년부터 판사로 재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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