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1시경 부산 사하구 신평동 모 아파트 뒤편 폭 5m 도로. 김모 씨(74)가 중장비를 동원해 도로 아스팔트를 깨고 말뚝(사진)을 박기 시작했다. 말뚝 6개를 박은 김 씨는 출입금지 안내판까지 세웠다. 김 씨는 이 도로의 일부가 아들의 땅인데 구에서 불법으로 도로로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1970년대부터 사용돼온 이 도로 일부의 지목은 ‘도로’가 아닌 ‘임야’로 돼 있다.
김 씨의 아들은 지난해 2월 경매를 통해 임야 479m²를 매입했다. 김 씨의 아들은 임야 중 145m²를 사하구가 도로로 불법 사용하고 있다며 부산지법에 토지명도 소송을 냈고 1년여 만인 최근 승소했다. 김 씨는 판결문에 명시된 가집행 문구를 근거로 도로에 말뚝을 박은 것. 이 때문에 인근 군부대, 요양병원, 학교 등을 오가는 차량들이 이곳을 통과하지 못하고 우회하느라 애를 먹었다.
사하구 측은 김 씨와 아들에게 말뚝을 뽑아달라고 설득했으나 이들은 말뚝 하나만 뽑아 간신히 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했을 뿐 나머지는 그대로 놔뒀다. 구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법원에 가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청구하고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박준석 사하구 건설행정계장은 “전 소유자의 경우 도로 사용을 용인해줘 그동안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비록 판결에 따른 가집행이지만 김 씨가 차량 통행에 불편을 끼쳤다고 판단해 13일 일반 통행방해죄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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