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당분간 합법적인 노조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본안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전교조는 합법노조로 활동할 수 있다. 집행정지 결정은 민사소송의 가처분 인용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법외노조 통보의 적합성을 다룬 것이 아니라 통보의 효력만 정지시킨 것이다.
재판부는 고용부의 전교조에 대한 시정명령 자체가 적법하다는 것은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법외노조로 봐야 하는지는 단정할 수 없고 본안 소송에서 적법성을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 결정에 대한 전교조와 고용부 측의 해석은 크게 엇갈린다. 법조계에서도 본안 소송 결과를 쉽게 점치기 어렵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통상 서울행정법원의 1심 본안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7개월이지만 이번 사건은 쟁점이 복잡하지 않고 이미 집행정지 신청 결정 과정에서 재판부가 충분히 자료를 검토했으므로 판결이 이르면 내년 초에 나올 수 있다.
재판부가 전교조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근거는 크게 3가지다. 먼저 법외노조가 되면 노조활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른 손해 범위를 확정하기 어려워 행정소송법상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교육환경 등 공공복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본안의 결과를 쉽게 점치기 어렵다는 점도 들었다.
고용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한 것은 전교조가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에서 제외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1999년 6월 설립 당시 만든 ‘부당 해고된 교원은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부칙에 따라 현재까지 해직자를 노조 전임자로 두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이 규정이 교원노조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규정을 고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전교조는 시정명령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전교조는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앞으로 본안 소송에서 가장 큰 쟁점은 해직교사를 조합원에서 제외하라는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은 행위가 합법 노조의 지위를 박탈할 수 있을 만큼 중차대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교조 측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합법 노조의 지위를 박탈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법에는 없고 단지 노조법시행령에만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시행령에 근거한 통보 처분은 법률적 근거와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면 고용부 측은 교원노조의 지위는 일반 노조와 다르고 시행령에 따라 법외노조로 통보한 것은 당연한 법 집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날 “행정처분의 효력을 임시로 중단시킨 것일 뿐 법외노조로 통보한 것이 위법하다고 결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일단 전교조의 법외노조화에 따른 후속조치를 중단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추진하던 후속조치는 △전교조 전임자 77명 복귀 △조합비 원천징수 중단 △지부-시도교육감 간 단체교섭 중단 및 효력 무효화 △지부 사무실 임대 지원 중단 △전교조의 각종 위원회 참여자격 박탈 등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전교조 간에 첨예하게 대립했던 노조 전임자의 학교 복귀 여부나 보수-진보 교육감 간 온도차가 났던 지부 사무실 퇴거 명령에 따른 갈등도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은 이날 “고용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 통보하며 내세운 노동조합법에 매우 문제가 있음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본안 소송의 첫 변론기일은 다음 달 24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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