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데다 지상파 다채널방송 서비스(MMS)를 시작하기로 해 지상파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광고 매출이 국내 전체 방송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은 지상파의 광고 독식을 초래해 국내 방송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 중간광고 허용, 지상파의 광고 독식 심화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광고 관련 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포함한 방송광고시장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이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의 뜻을 밝힌 것이다. 중간광고는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하는 것으로, 현재 유료방송에는 방송시간 60분을 기준으로 최대 1분의 상업광고가 허용된다. 그러나 공공성이 강한 지상파에는 중간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중간광고 허용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오고 있다. MBC는 지난달 7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방송 정상화를 위한 건의문’에서 “전체 광고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지상파 광고는 차별적 규제(중간광고 금지) 때문에 해마다 광고 매출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상파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지상파 계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포함하면 지상파의 매출이 늘고 있다. 2001년 2조1945억 원이던 지상파 본사의 광고 매출은 2012년 2조1800억 원으로 약간 줄었지만 같은 기간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 막대한 광고 수입을 올렸다. KBS 드라마 등 지상파 계열PP의 광고 매출은 2001년 186억 원에서 2012년 3283억 원으로 11년 만에 1660%가 급증했다. 김용배 케이블TV협회 팀장은 “지난해 지상파 방송은 계열PP 광고 매출까지 합해 2조5083억 원의 광고 매출을 올려 전체 방송시장(3조5796억 원)의 70%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상파의 계열PP는 막강한 콘텐츠 지배력을 이용해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상파 계열PP 11개사는 지난해 방송사업 매출 7417억 원, VOD 판매액과 재전송료 3000억 원 등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일반PP의 방송사업 수익은 190여 개 채널을 모두 합쳐 2조1651억 원에 불과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면 지상파로의 광고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시청자 권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지상파 MMS, 유료방송 타격
지상파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와 MMS 실험방송을 위한 협의를 마치고 연내 혹은 늦어도 내년 1월 시험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MMS(Multi Mode Service)란 기존 방송 주파수를 압축해 하나의 채널을 쪼개어 2개의 별도 고화질(HD)방송을 송출하는 서비스. 예를 들어 KBS 1TV를 KBS1-1, KBS1-2로 나눠 송출하는 것인데 EBS를 포함해 지상파 4사가 모두 도입할 경우 지상파 채널이 현재 5개에서 최대 10개로 늘어난다.
MMS가 도입되면 유료방송 시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우선 유료방송 광고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채널이 늘어나면 지상파 사업자 간 출혈 경쟁으로 지상파 광고 단가의 급락이 예상된다. 그래서 방통위는 광고 없는 MMS를 고려하고 있지만 지상파의 생각은 다르다. MBC의 한 관계자는 “광고 없이 별도 채널을 유지한다는 것은 수신료를 받는 KBS를 제외하곤 쉽지 않은 일”이라며 “MMS가 도입되더라도 광고가 없으면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MS에 광고가 허용되면 연간 1000억∼6000억 원의 광고료가 지상파로 쏠릴 것으로 우려한다. 한석현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미디어팀장은 “이렇게 되면 중소 PP의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며 “MMS가 지상파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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