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장애 감추지 않고 손 내미니 새 세상이 열렸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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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충남대 4학년 신기정씨… 성적 떨어지자 지원센터 도움 요청
수화동아리 회장 맡아 적극 활동… SK텔레콤 정규직 당당하게 입사

최근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청각장애인 신기정 씨. 그는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세상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 고 자신의 취업 성공 배경을 밝혔다. 충남대 제공
최근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청각장애인 신기정 씨. 그는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세상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 고 자신의 취업 성공 배경을 밝혔다. 충남대 제공
“장애가 있다고 움츠러들면 그 위축된 세상 안에서 살 수밖에 없어요. 장애를 감추지 않고 먼저 손을 내밀었더니 모두가 마음을 열어 줬어요. 그 다음 새로운 세상이 열렸죠.”

‘자신과 세상을 향한 열린 마음과 적극성.’ 청각장애를 딛고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충남대 전자공학과 4학년 신기정 씨(23)의 성공 비결이다.

신 씨는 최근 인턴십 이수자 가운데 정규직을 뽑는 SK텔레콤 공채에 합격해 내년 1월 출근을 앞두고 있다. 그는 장애인특별전형으로 인턴십에 선발됐지만 공채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 없이 경쟁을 거쳐야 했다.

청각장애 2급인 그는 보청기를 끼어도 통상적인 대화는 듣지 못한다. 대신 입 모양으로 상대방 말의 대부분 파악할 수 있고 어눌하긴 하지만 말을 할 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소리가 잘 들리지 않다가 점차 악화돼 초등학교 4학년 때 공식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청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세상에 바싹 다가앉았다. “상대방의 입 모양과 표정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수업시간에는 맨 앞자리에 앉았어요. 눈으로 대화를 파악하는 방식은 적극성을 띠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집중력을 높일 수 있었죠.”

표현력과 쌍방 간 소통이 덜 필요할 것으로 보여 고교시절 문과를 선택했으나 대학에서는 전기공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것을 홀로 해결해야 하는 대학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2학년에 올라가 전공 수업이 본격화되자 수업 따라잡기가 어려워졌다. 전공의 생소한 용어와 개념은 통상적인 대화처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고교 때까지만 해도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2학년 1학기 평점 2.5점(4.5 만점)의 성적표가 날아오자 좌절했어요. 하지만 더불어 사는 세상인 만큼 주변에 손을 내밀었지요.”

그는 교내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찾아갔다. 이 센터는 도우미 학생을 선발해 장애 학생들의 학업과 생활을 돕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센터의 도움으로 다시 공부에 매진한 결과 3학년 때에는 평점이 3.7점, 4학년에는 4.1점까지 높아졌다. 그는 학교에서 수화동아리인 ‘손울림’에 가입해 회장을 맡을 정도로 학교생활 및 교우 관계에서 적극성을 보였다.

신 씨는 상반기 SK텔레콤 인턴십에 지원했다. 기업 현장에서 전문용어로 진행되는 회의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마치 전공 수업에 당황했던 대학교 2학년 때처럼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는 자신이 강점을 보일 수 있는 개인과제에 집중해 이 부문의 평가에서 상위권 성적을 냈다. 잘 들리지 않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수시로 회사 관계자를 찾아가 되물었다. 신 씨는 “공채에서 선발된 뒤 ‘주어진 업무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좋았다’는 회사 관계자의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잘 안 들린다는 것이 창피해 숨기고 숨고 했어요. 점차 외톨이가 되는 것 같아 중학교에 올라가선 ‘잘 안 들려서 불편하다’고 주변에 터놓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놀랍게도 모두들 놀리기보다 도와주려고 했어요.”

신 씨는 “장애가 어떤 한 사람에게 불편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사람을 모두 지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네트워크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장애인#충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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