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폭발 안해 대형참사 면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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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충돌]
헬기 속도낮아 스치듯이 부딪쳐… 주민 “9·11테러 생각나 뛰쳐나가”
시공회사 “정밀 안전진단 계획”

자칫 대형 인명피해가 날 뻔했던 이번 헬기 사고에서 조종사들을 제외하곤 단 한 명의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헬기가 아파트에 부딪칠 때의 속도가 다소 낮아 빌딩 깊숙이 박히지 않았다는 점 △1차 충돌 이후 연료 폭발이 없었던 점 등이 대형 참사를 막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헬기의 속도는 시속 180km로 추정됐다. 이 헬기는 시속 290km까지 낼 수 있기 때문에 당시 착륙을 준비하기 위해 운항 속도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예전 9·11테러 사건처럼 건물을 향해 헬기가 일부러 진행했다면 엄청난 사고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방향을 잘못 잡아 헬기 상부의 로터블레이드(프로펠러 날개)가 먼저 건물에 부딪히며 그 반동으로 튕겨난 상태에서 제어가 안 돼 건물 외벽을 긁으며 추락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헬기가 건물 안쪽에 깊이 들어가게 되면 사고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9·11 테러는 충돌 이후 연료 폭발에 따른 건물 붕괴가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이번 사고와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헬기도 돌진하면 건물 내부로 깊숙이 들어간다. 이번엔 건물 쪽으로 전진하는 속도보다 하강 속도가 커 피해가 외벽 손상에 그쳤다”면서 “목적지였던 전주를 다녀올 정도의 연료가 들어있었기 때문에 폭발 위험도 있었지만 불이 붙지 않아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운이 작용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사고 당시 헬기 추락사고를 지켜본 삼성동 아이파크 주민들은 “9·11테러 같은 사건이 벌어진 줄 알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피해를 본 26층에 사는 30대 부부는 “주말 오전이라 얼굴에 팩을 붙인 채 잠이 들었는데, 굉음이 들려 ‘집이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이들은 “전쟁이든, 지진이든 그냥 앉아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방을 뛰쳐나갔다”고 말했다. 부부가 침실을 뜨자마자 외벽을 긁고 추락하는 헬기 때문에 유리창은 깨지고 파편이 침실로 쏟아졌다.

현재 입주민들은 한 번 사고를 겪은 아파트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아파트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17일 “현장점검 결과 건물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추가 균열 여부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어 정밀 구조진단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초고층 빌딩은 철골 구조로 짓는 데 비해 아이파크는 초고층 빌딩이지만 철근 콘크리트로 건설돼 외부 충격에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이파크는 규모 6.5 정도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잘돼 있고, 최대 풍속 45m(서울시 권고기준은 최대 풍속 30m)의 바람도 이겨낼 수 있도록 건물 표면을 강화유리로 지었다.

헬기가 처음 부딪친 24층부터 26층 사이의 아파트 면적은 195m²(59평형)다. 현대산업개발이 2004년 3월 완공한 아이파크는 지상 38∼46층, 3개동에 183∼350m² 449채로 구성돼 있다. 2000년 분양 당시 분양가는 3.3m²당 2700만 원이었으며 2008년 9월에는 3.3m²당 최고 7500만 원에 달했고 현재는 3.3m²당 5200만 원으로 서울의 일반 아파트 가운데 매매가가 가장 비싸다.

김수연 sykim@donga.com·이태훈 기자
#삼성동#아이파크#헬기 충돌#안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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