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약령시에는 한의원, 한약도매상 외에도 400여 곳의 ‘탕제원’이 자리 잡고 있다. 한의원이 한약재를 처방하면 이를 물을 넣고 끓여 포장해 환자에게 보낸다. 박스(50포)당 탕제원이 받는 금액은 1만 원 남짓, 다른 전국 대부분의 탕제원들이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탕제원이 한약재를 달이는 행위가 위법인지를 놓고 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H탕제원을 운영하는 박모 씨(43)는 최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북부지법에서 재판을 받았다. 한약재를 달이는 것은 ‘조제’ 행위이므로 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현행법상 약사 혹은 한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약품을 ‘조제’하면 불법이다.
1심에선 ‘무죄’였다. 예전부터 누구나 한약을 달여 왔고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아 조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약재를 달이는 온도와 시간 등에 따라 효능이 달라질 수 있어 조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박 씨는 소송에 지쳐 상소를 포기했지만 이 판결대로라면 전국의 탕제원들이 모두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집에서 한약을 달이는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동대문구 관계자는 “위법의 소지가 있지만 수십 년 전부터 한약을 달여 온 수백 곳의 탕제원에 문을 닫으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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