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31·여)는 결혼을 전제로 B 씨(30)와 2011년부터 교제하기 시작했다. 1년 가까이 만나던 두 사람은 지난해 9월경 양가에 인사를 올리고 올해 4월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공항버스 안에서 A 씨는 깜짝 놀랄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이 휴대전화로 낯선 여자와 주고받은 낯 뜨거운 문자메시지를 우연히 발견한 것.
A 씨는 남편과 연락한 여성을 따로 만났다. 그 자리에서 A 씨는 남편이 낯선 여성들과 가학적인 성관계를 맺어온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 B 씨는 양가에 인사를 드릴 무렵부터 특이한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성관계를 맺을 상대방을 구할 목적으로 비밀리에 운영되는 인터넷 SM((사디즘+마조히즘)카페에 가입했다. B 씨는 자신을 가학적 성향의 남성으로 소개하며 카페에 게시글을 올리거나 회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연락해 온 여성과 여러 차례 변태적 성행위를 가졌다.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A 씨는 결국 B 씨와의 혼인생활을 접었다.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보여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이혼절차를 밟지는 않았지만 A 씨는 B 씨를 상대로 결혼 비용과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9단독 김주석 판사는 B 씨가 A 씨에게 결혼비용 2500여만 원과 위자료 3000만 원을 더해 총 55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김 판사는 “B 씨의 잘못으로 사실혼 관계가 파탄 나 정신적 손해는 물론 재산상 손해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통상 결혼기간 등을 감안해 위자료를 정하지만 신혼여행 직후 파경을 맞은 사실혼 관계 부부 사이에서 높은 액수의 위자료를 인정한 건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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