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오금고 대강당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학생 4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독(讀)한 습관’ 강연이 열렸다. 한석준 KBS 아나운서가 ‘준비하는 청춘에게’를 주제로 독서 방법론을 펼쳤다.
“고3이니까 이제 해방됐잖아요. 진짜 축하해요.” 편하게 인사말을 건넨 그는 고리타분한 말보다 학생들 마음에 쏙 와 닿는 말들을 속사포처럼 풀어 놓았다. 그는 “세상에 쓸데없는 책이란 없다. 시간 여유가 있는 이때 무협지라도 보면 좋다. 무협지 많이 보는 사람의 속독능력은 따라갈 수가 없다”며 독서 의지를 북돋워 줬다.
그는 마음의 양식을 쌓는 데는 독서가 제일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영상은 광고와 시청률이 중요하다 보니 이야기가 빨리 진행돼 천천히 생각해 볼 시간을 빼앗는다는 것. 영상보다 활자 매체가 교감의 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은 장면이나 동작을 두고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며 “감성과 사고를 발전시키는 데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스트레스를 풀 때 여행 책을 본다. 이제 성인이니까 여러분에게 나쁜 책은 없다. 일단 읽어 보고 왜 나쁜 책인지 생각해 봤다면 그게 도움이 된 것”이라며 웃었다.
언론인이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까다로운 조언도 했다. 언론인이 되겠다며 손을 든 수십 명의 학생에게 “대학 시절에 1000권 이상을 읽어야 한다. 짧은 시간에 인터뷰하는 대상을 이해하고 시청자들이 듣고 싶은 말을 꺼내는 직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연 뒤 30분 동안의 질의응답 때는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책에 흥미가 떨어졌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자 “웃기는 책 봐요”라고 즉답을 했다. ‘딱 봐서 책장이 안 넘어간다 하면 바로 버려라. 책에 대한 의무감은 금물. 다시 흥미가 생기면 읽고 또 읽어도 좋다’는 쿨한 조언이었다. 그가 추천한 책은 삼국지. 중고교생 시절 20번, 대학 때는 10번을 읽었다고 했다.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라는 진로 고민에는 “공대를 나왔는데 저능아 취급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못해 고민하다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다. 여러분은 이제 성인이라 선택권이 있지만 그 대가 또한 여러분의 몫”이라며 책임감을 언급했다.
21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는 철학자 강신주가 수험생을 위한 독한 습관 마지막 강연을 진행한다. 이제 어른이 되는 수험생들에게 읽기 습관과 신문 읽기에 대해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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