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서중 가해학생 모아 공연… ‘또래조정위원회’로 갈등 해결해
폭력피해 크게 줄고 성적도 껑충
19일 대구 달서구 송현동 대서중 강당. 무대에 오른 학생 중 한 명은 부끄러운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지휘자의 신호로 3개월 동안 연습한 영국 록 밴드 퀸의 ‘위 윌 록 유’의 반주가 흐르자 곧 진지해졌다.
드럼통으로 만든 큰북과 플라스틱 상자에 쌀을 넣어 흔들어 소리를 내는 셰이커 등 악기를 잡은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긴장해서 박자를 놓친 부분도 있지만 학생들은 최선을 다해 난타공연을 마쳤다. 공연을 지켜본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1500여 명은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격려했다.
이날 공연은 대구문화재단과 공연기획 전문업체인 떼아뜨르 분도(중구 대봉동)가 학교폭력 예방과 치료 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했다. 리듬을 맞추는 연주와 악기 제작을 통해 우정을 다지고 성취감, 협동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공연에는 이 학교의 폭력 가해 학생 17명이 참여했다. 올 들어 친구를 때리거나 물건을 훔치다 적발돼 학교자치폭력위원회에서 사회봉사 등의 징계를 여러 번 받은 학생들이다.
몇 달 전만 해도 이들에게 무대 공연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공연 연습을 시작한 것은 올해 8월. ‘문제아’가 모여서인지 서로 다투고 시끄러워 연습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악보를 익히기조차 쉽지 않아서 진도를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학생들은 여러 악기가 함께 만들어내는 난타의 매력에 빠졌다. 김은실 지도교사(48)는 “학생들이 공연 준비를 하면서 소통과 배려하는 마음을 많이 가지게 된 것 같다. 공연날이 다가올수록 스스로 모여서 연습을 할 만큼 바뀌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음악을 통해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돼 연주가 더 신났다. 이제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며 학교생활도 잘할 자신이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대서중이 이처럼 학교폭력 예방에 열정을 쏟는 이유는 지난해 1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대구지역 초중고교 가운데 가장 심각하다는 불명예를 얻었기 때문이다.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이 11.7%, ‘일진이 있다’는 응답은 63.1%로 나타났다. 위기감을 느낀 교사들은 학생들의 진심을 읽기 위해 소통에 나섰다.
학교는 인사하는 방식부터 바꿨다. 교사들은 등교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마주치는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한다. 매일 10명의 학생과 10번 하자는 의미에서 ‘텐텐(10·10) 운동’으로 이름 붙였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러워졌다. 서로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불러주면서 사제 간의 정도 두터워졌다.
학생 갈등을 해결하는 ‘또래조정위원회’도 올해 도입했다. 학생 70여 명이 조정자가 돼 친구들의 고민과 문제를 신고받아 대화로 풀어가는 활동이다. 잘잘못을 따지는 방식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소통을 통해 서로 이해하도록 분위기를 만든다. 지난달까지 60여 건을 해결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올해 9월 이 학교의 학교폭력 피해 응답은 0.9%로 뚝 떨어졌다. 김용석 교장(61)은 “서로에 대한 격려와 관심이 학생과 학교를 변화시켰고 학업 성적도 높아지고 있다. 우정과 사랑이 넘치는 학교가 되도록 마음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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