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 약사천 수변공원 조성사업 예산안이 논란 끝에 춘천시의회를 통과했지만 사업에 대한 찬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춘천시의회 표결 과정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찬성에 기표한 투표용지를 같은 당 소속의 감표 위원에게 보여 주는 등 비밀투표를 어기고 담합 행위를 했다며 예산안 통과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7월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본 약사천 상류 주민들로 구성된 ‘효자동 운교동 수해 원상복구 추진대책회의’는 21일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사천 수변공원 조성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약사천 수변공원은 춘천 도심을 파괴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무의미한 공사”라며 “이 같은 사업으로 인해 해당 주민들은 둥지를 잃고 사지로 내몰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시의원들의 담합을 통한 투표 행위로 결정된 예산 편성은 무효임을 주장하고 시민 모두에게 이 같은 작태와 현실을 고발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약사천 수변공원 조성을 놓고 찬반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섰던 춘천시의회는 20일 관련 사업비 100억 원의 추가경정 세입세출안을 가결했다. 추경안은 19일 산업위원회 예비 심사에서 부결됐지만 2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가결된 데 이어 본회의에서 11 대 10으로 간신히 가결됐다. 춘천시의회의 의석 분포는 새누리당 10명, 민주당 10명, 무소속 1명이어서 표결 결과에 큰 관심이 모아졌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의원은 “의원들 서로가 이탈 표 방지에 신경을 쓰긴 했지만 조직적인 담합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의회의 결정으로 춘천시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춘천시는 콘크리트로 덮여 있던 약사천 구간 가운데 봉의초교∼춘천경찰서 뒤편 공지천 합류 지점까지 850m를 복원해 5월 개통했다. 약사천 나머지 구간의 복원은 장기 과제로 미뤄져 있었지만 올여름 약사천 상류 지역이 침수되자 수해 예방 차원에서 복원을 앞당겨 추진하게 됐다. 이에 따라 2015년까지 봉의초교∼별당막국수 500m 구간을 복원하고 주변은 수변공원화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총 300억 원이 투입되는데 국비 100억 원은 이미 확보돼 있다.
그러나 수해 주민들의 반대는 물론이고 보상을 둘러싼 주민들의 찬반 갈등까지 겹쳐 사업 추진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 주민들은 “주민 상당수가 남의 땅에 낡고 좁은 집만 지어 놓고 사는 형편에서 몇천만 원의 보상비로는 이주가 불가능하다”며 공사 저지를 위해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은 약사천 수변공원 공사는 여름 수해 원인으로 지목된 증거물(배수관로)을 인멸하기 위한 의도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사업에 찬성하는 상인들은 상권이 침체된 상황에서 이 일대를 보상해 주고 공원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변인권 효자동 운교동 수해 원상복구 추진대책회의 대표(58)는 “공사가 강행될 경우 증거 인멸을 막기 위해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할 계획”이라며 “수해 예방을 위해서라면 약사천 추가 복원이 아니라 수해 원인으로 꼽히는 약사천 용수관을 이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연균 춘천시 도시재생과장은 “이 사업은 이미 수차례 주민설명회와 의견 수렴을 거쳐 추진이 확정됐던 사업으로 수해 예방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며 “26일 주민설명회에 이어 보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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