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텍 노사, 두번 만나 합의… 2년 연속 ‘임금협상 타결 1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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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 조인식… ‘파업1호 업체’ 옛말
노사 화합, 경쟁력으로 이어져… 年매출 4억달러 절삭공구 세계1위

절삭공구 전문 기업인 ㈜대구텍(대구 달성군 가창면) 노사가 내년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지난해에 이어 대구지역 교섭 타결 1호 사업장이 됐다. 절삭공구는 금속 재료를 깎아 가공하는 데 사용하는 기구다.

이 회사는 2006년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투자해 관심을 모았다. 버핏 회장이 2007, 2011년 두 차례 대구를 방문해 화제를 모은 것도 대구텍과의 인연 때문이다.

대구텍 노사는 6일 협상을 처음 시작했고 이후 두 차례 교섭으로 합의안을 마련했다. 창사 이래 가장 짧은 기간에 노사가 손을 잡은 것이다. 주요 내용은 기본급 5% 인상과 성과급 550만 원 지급 등이다. 노조는 20일 전체 조합원 865명을 대상으로 잠정 합의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으며 78%가 찬성했다. 다음 주 임금 협상 조인식을 열 예정이다.

임금 협상을 순조롭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노사 신뢰’ 덕분이다. 노조가 회사 사정을 고려해 합리적인 인상안을 제시했고 사측이 이를 최대한 받아들였다. 박기훈 인사팀 과장은 “협상 기간을 줄이고 내년 준비를 착실히 하자는 분위기가 많았다. 화합하고 상생하는 모습이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텍은 2003년부터 매년 파업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노사 갈등이 깊었다. 2006년 임금 협상 과정에서는 125일간 파업했다. ‘파업 1호 사업장’이라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이 시기 연매출은 300억 원 수준에서 맴돌았다.

변화의 바람은 2008년부터 불었다. 노사는 “위기를 이겨 내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화 창구를 열었다. 파업이 사라지고 회사는 고용 안정과 대규모 투자를 추진했다. 2009년 1000억여 원을 들여 제2공장을 지었다. 5만8000m²에 건물 4개가 들어섰고 신규 인력 380여 명을 채용했다. 현재 직원은 1230여 명이다.

노사 협력은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현재 연매출은 4억 달러(약 4200억 원) 규모로 세계 절삭공구 시장의 선두를 달린다. 20여 개국에 지사가 있다. 노사는 올해 1월 대구고용노동청에서 사회적 책임 협약을 맺고 봉사활동도 활발하게 편다. 명절 때는 형편이 어려운 주민을 위해 쌀을 기증하고 저소득층 집수리 사업도 활발히 편다. 악기 기부도 시작해 최근 대구지역 초등학교 4곳에 2000만 원 상당의 악기를 선물했다.

1952년 ㈜대한중석광업으로 출발한 대구텍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1호 기업. 1994년 거평그룹이 인수했으나 외환위기로 부도가 나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1998년 이스라엘 금속가공기업 IMC그룹에 넘어갔고 2006년 버핏 회장이 지분 80%를 인수했다. 버핏 회장의 투자 이후 회사 이미지와 제품 신뢰도가 높아져 경영 실적도 향상됐다. 한현준 대구텍 대표는 “안정적인 노사 화합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해 대구가 자랑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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