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100년간 지속된다면 한라산 구상나무가 다른 종에 잠식돼 멸종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박사는 20일 서귀포시 서귀포칼호텔에서 ‘기후변화와 아열대산림의 생태’를 주제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김 박사는 1967년과 2009년의 한라산 소나무숲의 이동을 분석한 결과 돈내코 등산로의 평지궤 대피소 부근 해발 1490m의 소나무는 위치가 90m가량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해발 1520m 탐라계곡 부근의 소나무숲 역시 30m가량 분포지역이 상승했다. 김 박사는 앞으로 100년 동안 기온이 3도 상승하면 소나무숲이 해발 280∼840m 더 상승해 지금의 구상나무숲을 잠식해 멸종시킬 것으로 추정했다.
2009년 기준 한라산 구상나무는 전체 795.2ha에 숲을 이뤄 해발 1300m에서 정상인 1950m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해발 1500∼1700m에 전체의 69.6%가 자생한다. 지금까지 전체 구상나무의 18.8%가 고사했다. 원인으로는 기온 상승에 의한 생리적 장애가 34.8%, 강한 바람과 폭설 등 기후 극한값의 변동이 65.2%로 분석됐다.
특히 구상나무숲에는 제주 특산 23종 등 북방계 고산식물이나 여기서 파생한 특산식물 145종이 자라고 있어 이들 종도 구상나무와 함께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김 박사는 “지금과 같은 추세로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금세기나 다음 세기 초에는 한라산 구상나무는 완전히 사라진다”며 “종 보존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구상나무는 피라미드 형태로 곧게 펴진 늘푸른 모습과 죽어서도 기묘한 형상을 간직하는 특징 때문에 ‘살아서 100년, 죽어서 100년’이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대단위로 군락을 이룬 것은 세계적으로 제주도가 유일하다. 구상나무는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올해 초 구상나무를 ‘위험에 처한 적색목록’ 6등급 가운데 위기근접 등급에서 2단계 높은 멸종위기 등급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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