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자 본보 2면 ‘강제 징용 한인 추모비, 일에 첫 건립’ 기사가 보도된 후 일본 우익단체들이 이날 오전부터 추모비가 세워질 홋카이도(北海道) 사루후쓰(猿拂) 촌에 협박 전화를 하는 등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 포럼 관계자는 “동아일보 보도가 나간 후 오늘 아침부터 사루후쓰 촌 청사 등에 우익 단체와 인사들의 항의 전화와 팩스가 빗발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심지어 우익 인사들은 사루후쓰 촌에서 한국인 강제 동원 희생자들의 유골을 찾는 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의 시민단체 ‘일본 육군 아사지노(淺芽野) 비행장 건설 강제 연행 희생자 유골 발굴 실행위원회’의 관계자 자택 전화번호까지 알아내 협박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협박 메시지의 주된 내용은 ‘일본에 의한 한국인 강제 동원은 한국 측의 거짓 주장’이라며 추모비 건립을 취소하라는 것이다. 포럼 관계자는 “우익 인사들이 ‘한국인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일본에 돈 벌러 왔는데 강제 동원이란 단어를 추모비에 넣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어디서, 누가 이런 추모비를 세우는 것을 허락했느냐’, ‘사루후쓰 촌장도 허락을 내린 거냐’ 등의 메시지를 촌 관계자들에게 계속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사루후쓰 촌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청사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우익 단체들의 협박 때문에 26일 열릴 예정인 추모비 제막식을 미루거나 연기하지는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촌 관계자 및 추모비 건립을 주도했던 일본 시민단체들은 우익 인사들이 마을에 찾아 와 본격적인 추모비 반대 운동을 열고 우익 성향을 가진 일본 언론이 추모비 건립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해 추모비 건립에 긍정적이던 주민들의 마음이 바뀌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홋카이도 포럼은 이번 추모비 건립을 위해 지난해부터 사루후쓰 촌을 수십 번 방문해 일일이 마을 주민들의 동의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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