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외국인이 혼인하는 ‘다문화 결혼’이 2008년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3만 건 이하로 줄었다. 2010년 부산에서 발생한 ‘베트남 신부 살인사건’ 이후 정부가 국제결혼 기준을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한국 남성이 외국 여성과 결혼하는 사례가 줄어들고 한국 여성이 외국 남성과 결혼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국내 다문화 결혼의 추세가 바뀌는 조짐도 보인다.
○ 줄어드는 다문화 결혼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다문화 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다문화 결혼 건수는 2만9224건이었다. 2008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3만 건 아래로 떨어졌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8%(1471건) 줄었다. 이에 따라 다문화 결혼 건수가 국내 전체 혼인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8.9%로 떨어졌다.
정부는 2010년 7월 한국으로 시집온 지 8일 된 베트남 신부(당시 20세)가 정신질환을 앓는 남편(당시 47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국제결혼 기준을 강화했다.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등록기준을 강화하고, 결혼 당사자들의 신상 정보를 반드시 교환하도록 기준을 바꿨다. 이 같은 조치가 다문화 결혼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중국과 베트남 등 한국의 다문화 결혼 상대국들이 젊은 여성의 결혼 해외이주를 규제하기 시작한 것도 다문화 결혼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재원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그동안 국내 다문화 결혼에 ‘거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과거와 같은 무분별한 다문화 결혼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변화 조짐 보이는 다문화 결혼
이번 조사를 살펴보면 국내 다문화 결혼 문화가 바뀌는 지표도 여럿 나타난다. 한국 남성이 나이 차가 큰 외국 여성과 결혼하는 풍조는 여전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다문화 결혼을 하는 남성과 여성의 혼인연령 격차는 지난해 평균 9.1세(남성 36세, 여성 26.9세)로 나타났다. 2010년(10.3세)에 비해 1.2세 줄어든 수치다.
한국 여성이 외국인 남성과 결혼하는 건수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한국 남성이 외국 여성과 결혼한 건수는 2만753건으로 2011년보다 7.2% 줄어든 반면 한국 여성이 외국 남성과 결혼한 건수는 6485건으로 1.2% 늘었다.
결혼 이주여성은 여전히 중국(29.9%)과 베트남(23.2%) 출신이 가장 많았지만 2년 새 각각 3.2%포인트와 4.4%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필리핀(5.6%→6.9%), 일본(3.4%→4.5%) 여성의 비율이 높아져 눈길을 끌었다. 다문화 결혼 건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수는 2010년 2만312명에서 2011년 2만2014명, 2012년 2만2908명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김영란 한국다문화학회장(숙명여대 교수)은 “국내 다문화 가정은 부부의 나이와 학력 차이 때문에 이혼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부부간 나이 차와 학력 격차가 줄어들면 다문화 결혼이 더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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