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백화점, 전통시장서 ‘한 수’ 배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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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번개시장 허정원 상인회장 롯데백화점서 고객 응대 강연
“함께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23일 대구 북구 칠성동 롯데백화점 대구점 강의실에서 허정원 번개시장 상인연합회장(왼쪽)이 백화점 직원들에게 친절서비스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23일 대구 북구 칠성동 롯데백화점 대구점 강의실에서 허정원 번개시장 상인연합회장(왼쪽)이 백화점 직원들에게 친절서비스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23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동 롯데백화점 대구점 3층 강의실. 말쑥한 차림의 아주머니가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강단에 올라섰다. 중앙에는 ‘번개시장 상인회장 초청강연, 힘내라 전통시장!’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정장 차림의 백화점 간부와 직원 40여 명은 강사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주인공인 허정원 상인회장(51)은 “뜻 깊은 자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 오늘 행사가 롯데백화점과 번개시장이 상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백화점 직원들은 큰 박수로 답했다.

이날 강의는 롯데백화점 대구점이 전통시장 판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고객 응대 방법에 활용하고자 번개시장 상인연합회에 요청해 이뤄졌다. 더불어 백화점과 관련된 상인들의 애로를 파악해 협력 방안도 찾는 자리였다.

1시간 동안 강의실 분위기는 진지했다. 고객을 대하는 모습에서 백화점과 시장이 크게 차이가 없다는 공감대도 만들어졌다. 허 회장은 전통시장이 하루 1명씩 1000원을 깎아주는 정으로 많은 단골을 만들고 1년 후에 수천만 원의 이윤을 남기는 상인들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했다. 또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상인연합회 간부들이 각자 역할에 충실하면서 시장 전체를 이끌어가는 모습도 들려줬다.

임한호 백화점 판촉매니저(39)는 “생생한 삶의 현장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상인회장의 강의가 피부에 와 닿았다. 전통시장에 대한 편견을 버리겠다”고 약속했다. 또 백화점 식품팀 김경란 씨(34·여)는 “추억과 향수를 선물하는 시장의 서비스 방식을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인근 번개시장과 지난해 9월 교류 협약을 맺었다. 처음에는 노점 때문에 갈등도 겪었지만 지금은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매출이 함께 오르는 등 침체된 상권을 회복하고 있다. 백화점 측은 ‘지역상생연구회’를 조직해 △백화점 서비스 교육 △주차장, 편의시설 등 시설 개방 △백화점 직원의 전통시장 이용 등 다양한 협력사업을 벌인다. 요즘 번개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롯데백화점과 시장 홍보 캐릭터(일출이)가 찍힌 쇼핑백에 담아준다.

롯데백화점 본사도 팔을 걷었다. 올해 4월부터 전통시장 활성화 기금 50여억 원을 조성해 지원에 나선 것이다. 대구뿐 아니라 서울 부산 인천 대전 울산 등 전국 8개 지점으로 상생 협약을 확대했다. 대구점은 상인들 무료 건강검진과 예식장 무료 대여, 자녀 장학금 지급, 사무용품 지원 등의 사업을 펼쳤다. 번개시장은 백화점의 도움을 받아 봉사단도 구성했다. 지역과 함께하는 전통시장이란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최근 홀몸노인과 저소득 가정에 도시락과 밑반찬을 배달하는 봉사를 시작했다. 설풍진 롯데백화점 대구점장은 “번개시장과 같이 발전할 수 있는 쇼핑 프로그램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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