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도주 ‘김해 마약왕’ 경차로 잡았다

검찰 수사팀 수십km 추격끝에 검거… 판매상-투약자 등 6명 구속기소

서울중앙지검 제공

7월 경남 김해시에서는 때 아닌 도로 위 추격전이 벌어졌다. 수도권과 부산, 경남 일대에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대량 유통해온 일명 ‘김해 마약왕’ 오모 씨(43)가 탄 벤츠와 그를 뒤쫓는 검찰 수사팀의 차량이었다. 오 씨는 검찰의 승합차량을 발견하자 빠르게 도주했고 검찰은 수십 km의 추격전을 펼쳤다. 한참 뒤 검찰 차량이 보이지 않자 오 씨는 김해시 체육공원 인근에서 차를 세웠다. 하지만 그때 미리 경차를 빌려 오 씨의 눈을 피해가며 추적해오던 검찰 수사관들이 벤츠 차량으로 달려들었다. 놀란 오 씨는 차를 몰고 달아나려 했으나 운전 실수로 차가 도로 밖 도랑으로 고꾸라지며(사진) 검거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윤재필)는 오 씨 등 필로폰 판매상 5명과 상습투약자 이모 씨(34)를 구속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민모 씨(42) 등 잠적한 필로폰 소매상 2명은 지명수배됐다. 검찰에 따르면 오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중국에서 부산으로 필로폰을 몰래 들여오는 밀수조직으로부터 필로폰 318g을 받아 정모 씨(48·구속기소) 등 중간판매상들에게 이미 팔았거나 팔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소지한 필로폰 약 370g을 압수했다. 이는 소매가격 1억2000만 원 상당으로 1만2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 필로폰 판매범들은 대포폰을 여러 대 갖고 다니면서 차명계좌를 통해 필로폰 대금을 받았고 승용차 안에서만 필로폰을 거래해 왔다. 오 씨 차량에서는 주변을 경계하기 위한 망원경과 일본도까지 발견됐다.

검찰은 또 ‘미아리파’ 조직원인 최모 씨(43·구속기소)가 오 씨로부터 필로폰을 사들여 서울과 경기 성남 등지에 유통한 사실을 밝혀내는 등 조직폭력배들이 마약 유통과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