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은 기본이지요.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승객과 친해지는 겁니다. 서로 친한 마음이 생기면 길을 잘못 드는 실수를 하더라도 너그러워지시더군요.”
23일 오후 인천 서구 검암동에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으로 가기 위해 콜택시를 불렀다. 택시는 ‘콜’ 신청 3분 만에 원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뒷좌석에 앉자마자 운전사는 우렁찬 목소리로 활짝 웃으며 “안녕하세요? 모실 곳을 알려주세요”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택시 운전사 정기원 씨(58)는 인천에서 ‘친절 택시’로 소문난 세븐콜택시 회사의 경력 3년차 운전사다. 정 씨는 최근 서울에서 택시 요금의 대폭 인상에도 불구하고 승차 거부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못마땅해했다. 그는 아무리 불쾌한 일이 생기더라도 손님과 언쟁을 벌이지 않고 친절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
“세상이 험악해서인지 성격장애가 심한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납니다. 술에 취했거나, 좀 이상하다 싶은 승객이 타면 ‘제가 배탈이 나서 급하다’고 사정을 하면서 하차를 유도하지요.” 승객이 내릴 때 택시요금은 당연히 받지 않는다. 정 씨는 “손님과 부딪혀 마음이 상하면 하루 종일 친절해지기가 어렵다”며 “즐거운 기분을 최대한 유지하다 보니 팁도 많이 받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30여 년간 무역업에 종사하다 퇴직한 뒤 직장으로 택시회사를 택한 정 씨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에 능통하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 및 업무 지원을 위한 ‘콜’을 많이 받는 편이다. 그는 “주로 대구의 다국적 회사를 방문하는 외국인을 인천국제공항∼KTX 광명역에 태워다주고 데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송도국제도시 해외투자가, 항공사 직원들도 그의 단골 고객이다.
정 씨는 회사 규정에 따라 ‘프리미엄 콜’이란 로고를 새긴 검은색 조끼, 와이셔츠, 넥타이 차림을 하고 운행한다. 세븐콜은 세계 최고 서비스를 자랑하는 일본 MK택시와 10여 년간 업무 교류를 하고 있다. 모든 운전사는 신입교육을 시작으로 매달 둘째 주 수∼금요일 사이에 진행되는 정례 친절교육을 받아야 한다.
정 씨는 승객들의 다급한 용무도 대행해주고 있다. 음식점끼리의 식재료 배달, 회사에서 문상을 가려는 직원 집에 있던 검정 양복 택배,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어린애를 고층 아파트 집안까지 데려다주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해줬다. 정 씨가 택시 업무 외에 이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은 회사가 2011년 4월 택시회사 중 전국 처음으로 심부름, 관광, 업무 등의 부가서비스를 할 수 있는 ‘여객운송가맹사업 면허’를 취득했기 때문이다. 서울 인천 대구 등의 130개 기업체와 계약을 맺고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2년 전까지 콜 신청이 하루 3000건에 미치지 못했지만 올해는 1만 건에 이른다.
정부는 콜택시 확대를 위해 내년부터 전국의 콜택시 신청 전화번호를 1333번으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이런 콜 시스템은 내년 7월경 인천과 대전에서 시범 가동된 뒤 2015년부터 전국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