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지역에서 문화재 신규 지정이나 승급(昇級)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비석 등은 새로 지정하고, 유형문화재나 보물 등은 국보로 격을 올려달라는 것이다. 진주 지역에서 시작된 촉석루(矗石樓)의 국보 지정 요구가 이 같은 분위기를 이끌었다.
○ 승급 요구 신호탄, 촉석루
경남도문화재위원회는 29일 회의를 열고 촉석루의 국보 승급에 대해 심의한다. 진주시와 진주문화원, ‘진주성 지킴이’ 등이 1년 가까이 촉석루 국보 환원을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인 뒤 촉석루 국보 재지정을 공식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촉석루는 1983년 7월 지정된 지방문화재자료로 문화재 중 등급이 가장 낮다. 위원회를 통과하면 경남도가 문화재청에 국보 승급 신청을 하고 중앙문화재위원회에서 자료 분석과 현장실사를 통해 국보 지정을 심의한다.
촉석루는 밀양 영남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꼽힌다. 고려 공민왕 14년(1365년)에 진주성을 지키던 장수의 지휘소로 건립된 촉석루는 1948년 국보 276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6·25전쟁 당시 비행기 폭격으로 소실되면서 1956년 국보에서 빠졌다. 1957년 이승만 대통령이 진주를 방문했을 때 시민들이 촉석루 재건을 요청한 것을 계기로 국비를 지원받아 1960년 11월 복원을 마쳤다. 촉석루의 국보 재지정 운동을 벌여 온 향토사학자인 추경화 씨(63)는 “우리나라 3대 누각임에도 국보 또는 보물로 지정되지 않았고 중요민속자료도 아니다”며 “2008년 방화로 상당 부분 소실된 숭례문은 복원 이후에도 국보 1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남도 관계자는 “문화재위원 9명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안다”며 “원형과의 유사성, 복원 당시 사용된 재료의 성격 등이 심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영남루 등도 등급 조정 요구
밀양시는 보물인 영남루(嶺南樓)의 국보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최근 영남루의 국보 환원을 위한 학술조사와 용역에 착수했고, 내년 2월 문화재청에 승급 신청을 할 예정이다.
영남루는 서울의 숭례문과 함께 1933년 보물, 1948년 국보가 됐으나 1962년 관련 법률에 따라 다시 보물 제147호로 지정됐다. 영남루는 신라 경덕왕(742∼765) 때 영남사의 부속 누각으로 세웠다가 촉석루와 비슷한 시기에 중건됐다. 시는 1300년의 역사를 가져 국보 복원의 당위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한편 2001년 경남문화재자료 306호로 지정된 진주시 이반성면 발산리 임진공신 김준민 신도비는 후손들이 유형문화재로 등급을 올리기 위해 서명을 받고 있다. 이반성면 용암리 충의사, 진주성 내 쌍충사적비와 창렬사, 진주시 사봉면 모순 효행 정려비, 대곡면 단목리 연자방아 등 10여 건도 문화재 신규 지정이나 등급 조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문화계의 한 인사는 “국보처럼 등급이 높은 문화재로 지정되면 정부가 관리를 해 줄 뿐만 아니라 품격 유지, 홍보를 통한 관광객 유치, 주민 자존심 고취 등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승급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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