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면적 140여 m²의 자그마한 선술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54)는 내년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국민건강증진법(일명 금연법)상 내년 1월 1일부터는 면적 100∼150m² 음식점도 실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거나 밀폐된 흡연실을 설치해야 하는데 소규모 업소 특성상 어느 쪽이든 매출에 타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흡연실을 설치할 경우 1000만 원 정도로 예상되는 설치 비용뿐 아니라 가뜩이나 좁은 가게의 면적을 일부 떼어 내야 하는 게 큰 부담이다. 그렇다고 가게를 전면 금연구역으로 하자니 흡연 손님이 많은 술집 특성상 매출이 줄어들 게 뻔하다. 김 씨 같은 소규모 점주에겐 내년 금연법 적용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내년부터 금연이나 흡연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하는 면적 100∼150m² 일반음식점은 전체 음식점 57만5996곳 중 6만9164곳으로 전체 업소의 12%에 달한다.
6월 8일부터 금연법 적용을 받고 있는 대형 음식점 주인의 피해 호소도 소규모 음식점주를 불안하게 한다. 손님이 실내에서 한번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주인이 벌금을 최대 500만 원 물어야 하는데 이는 소규모 점주에겐 한 달 수입 수준이다. 담배를 피우고 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가 돈을 안 내고 도망치는 손님까지 생기고 있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가 금연법 적용을 받는 면적 150m² 이상 일반음식점주 3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59.3%가 실내 흡연 규제로 매출 타격을 입었고 평균 매출의 17.6%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인천 부평구에서 면적 190여 m² 크기의 곱창집을 운영하는 권모 씨(52)는 금연법 시행 후 매출이 40%가량 줄었다며 울상이다. 흡연실 공간과 배기시설을 설치하는 데 1000만 원가량 든다는 말을 듣고 전면 금연을 택했는데 단골마저 발길을 끊고 있는 실정이다. 권 씨는 “손님이 담배를 피우러 왔다갔다 해야 하다 보니 불편하다며 금세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가게 앞 횡단보도 인근에서 단체로 모여 담배를 피우는 손님 탓에 가게 입구가 담배꽁초로 뒤덮이고 보행자까지 담배 냄새가 난다며 항의해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사업주가 매장에서의 흡연 여부를 직접 선택하고 이를 사업장 입구에 크게 표기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선택적 금연법) 발의를 앞두고 있다. 이 의원은 “모든 영업소를 대상으로 금연구역을 강요하면 소상공인의 피해가 매우 커 경제민주화 기조에 역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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