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대구를 유통피아 도시로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26일 대구시청에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가 열렸다. 대구에서 영업하는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등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지역기여 향상을 위한 자리다. 이 협의회는 2010년부터 매년 2회가량 열린다. 대구에는 대기업 유통업체 7개사 31개점이 영업하고 있다.

강제규정은 없지만 대구에서 영업하는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지역금융기관 이용과 지역제품 매입, 지역인력 고용 등을 통해 지역에 기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들에 대한 감독 책임이 있는 대구시가 지역기여를 가급적 많이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구시는 이날 롯데백화점과 이랜드리테일, 현대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등 주요 유통업체들의 지역기여 실적을 자세히 공개하면서 “향상은 되고 있지만 미흡하다. 기여도가 낮은 업체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대구시가 유통업체에 대해 “대구에서 영업해 돈을 많이 벌면서 지역기여가 낮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으로 강압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협의회 후 “말을 듣지 않으면 위생이나 소방 점검을 통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상생’(相生)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형성된다. 대구시는 “대구 소비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유통업체도 생존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일방적 논리만 강조해서는 상생이나 공존, 조화가 어렵다. 기업하기 어려운 지역은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구는 배타적인 지역이라는 외부의 시선이 있는 만큼 마치 ‘갑을관계’처럼 기업에 지나치게 부담을 주면 당장의 이익보다 장기적 손해가 더 클 수 있다.

대구시는 이들 유통업체의 지역기여를 위해 좀 더 세련된 리더십을 고민하면 좋겠다. “제대로 기여하지 않으면 좌시 또는 묵과하지 않겠다”고 윽박지르기보다는 대구가 전국에서 유통업을 운영하기에 가장 여건이 좋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필요해 보인다. ‘이상적인 땅’을 가리키는 유토피아에서 발음이 비슷한 ‘유통피아’ 같은 용어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대구는 유통피아 도시입니다”라는 메시지가 공유되면 유통업체들은 지역기여를 높이려고 앞다퉈 노력할 수 있다.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뜻의 유통(流通)이라는 말도 유쾌하다. 이런 측면을 잘 살피며 고민하는 것도 ‘창조도시’를 추구하는 대구의 새로운 모습이다.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백화점#대형할인점#지역기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