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쏟아진 27일은 대전 문화체육예술계 관계자들에게는 참혹한 날이었다. 이날 대전 프로축구 팬의 희망이었던 대전 시티즌은 K리그 1부에서 강등됐다. 예술계 인사들의 염원이었던 전국 최초의 시립합창단 창단 예산은 대전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수백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된 대전국제푸드&와인페스티벌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이에 따른 대전 시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 대전 시티즌, 실낱 희망 무너져
기적 같은 4연승을 이어오던 대전 시티즌은 27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3 K리그 클래식 39라운드 경남과의 경기에서 후반 32분 한경인의 헤딩골로 승기를 잡았다. 1부 잔류의 불길이 살아났다. 하지만 5분 뒤 강종국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결국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전의 승점은 29점. 12위인 강원의 이날 경기 결과가 주목됐다. 강원은 대구와의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해 승점 33점이 됐다. 대전이 남은 한 경기를 이긴다 해도 강원의 33점을 넘지 못해 결국 올 시즌 첫 강등 팀이 됐다.
대전 시티즌의 강등이 확정되자 지역 체육계에서는 “강등의 책임 추궁 등 후속 조치가 어느 정도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 전국 최초 ‘소년합창단’ 수포로
지역 문화계의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던 내년 대전시립소년합창단 창단이 결국 무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7일 열린 대전시의회 제211회 제2차 정례회 ‘2014년도 대전시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 심사에서 신설 예산 1억4600만 원이 전액 삭감된 것.
행정자치위원회는 이날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내 소년합창부 신설 예산에 관한 예산과 민간합창단 지원 예산 1500만 원 전액을 삭감했다.
대전시는 그동안 어린이 문화프로그램 창조와 대전의 합창도시 이미지 향상 및 문화 브랜드 특화를 위해 전국 최초의 소년합창단 신설이 필요하다며 창단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역 일부 문화계와 행정자치위 소속 의원들은 우선 학교 합창단과 민간 합창단을 활성화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대전시는 내달 13일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심사에 다시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소년합창단 창단을 주장하는 아들에 대한 거부감이 시의회의 삭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 푸드&와인페스티벌 예산도 삭감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이날 대전시가 제출한 ‘2015 대전국제푸드&와인페스티벌 개최’ 예산 18억 원 중 3억 원을 감액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묻지 마 삭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6일 열린 대전국제푸드&와인페스티벌에는 모두 47만여 명이 방문하고 548억 원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뒀다는 최종 평가결과가 나온 상태. 특히 관람객 47만여 명 중 외지인 비율 38.5%이며 20, 30대가 80.2%를 차지한 대전의 대표적 지역산업 개발형 축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예산 대비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효율성 높은 축제”라며 “콘텐츠 발굴과 비즈니스 모델 확대가 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시아 대표 축제로 성장시키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를 위해선 기본 예산 확충이 절실했던 것.
지역의 한 축제전문가는 “지역산업형, 개발형 축제에 대한 의원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며 “자기 지역의 선심성 예산 편성, ‘묻지 마’식 삭감 등 지방의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또 노출됐다”고 꼬집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바로잡습니다]
“대전문화체육계 트리플 펀치” 기사 중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민간합창단 지원예산 1500만 원은 전액 통과시켰다’는 ‘민간합창단 지원예산도 전액 삭감했다’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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