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원(F1) 코리아그랑프리 내년 개최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다음 달 국제자동차연맹(FIA) 산하 세계모터스포츠평의회(WMSC)가 한국 탈락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F1 대회가 개최 4년 만에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F1대회조직위도 개최권료 인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예산 확보와 마케팅 어려움 등으로 내년 4월 개최가 어렵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F1대회조직위 관계자는 28일 “다음 달 4일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모터스포츠평의회에서 내년 대회 일정 가운데 코리아그랑프리를 제외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요구한 개최권료 추가 인하에 연맹 측이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오스트리아와 러시아가 내년 대회 일정에 새로 들어와 내부적으로 한국대회 취소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내년 대회 개최가 불투명하다는 건 일부 외신 보도 등으로 이미 감지됐다. 세계적 모터스포츠 전문매체인 ‘오토스포트’는 최근 내년 일정 전망 기사를 통해 “F1 운영사인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의 버니 에클레스톤 회장이 F1팀들에 ‘2014년 대회 스케줄에서 한국대회가 빠질 것’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의 저명한 자동차 잡지인 ‘아우토모터운트스포르트(auto-motor-und-sport.de)’도 미국 그랑프리 기간에 단독 입수한 ‘내년도 F1 캘린더’를 공개하면서 “당초 초안에 포함됐던 22개 개최국 가운데 한국, 미국, 멕시코 등 3개국이 재정적 문제 등으로 빠졌다”고 밝혔다. 캘린더 초안에는 내년 한국대회 일정이 4월 25∼27일로 돼 있었다. 한국대회가 F1 캘린더에서 제외되기는 2010년 첫 대회 이후 처음이다.
전남도 안팎에서도 내년 대회 개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올해 대회를 치른 지 6개월 만에 다시 행사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고 국비 등 예산 확보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해마다 향토기업과 공직자들에게 티켓을 강매하다시피 하면서 지역여론이 악화된 것도 한 이유다. 전남도청 6급 직원은 “공무원들 사이에 ‘F1 피로감’이 쌓이면서 내년 4월 개최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조직위원장인 박준영 전남도지사도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대회를 건너뛸 수 있다며 한 발짝 물러선 상황이다. 박 지사는 올 대회 직후인 10월 10일 전남도의회 의장단과 만나 “가능한 모든 방안을 놓고 내년 대회 협상을 벌이되 사정이 좋지 않을 경우 1년 또는 1년 반 쉬었다가 다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년 휴식 뒤 2015년 개최는 FOM과의 개최권료 재협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조직위 인원 감축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여기에다 새로 취임하는 도지사의 의중도 변수다. 현재 도지사 입후보 예정자들은 ‘적자 레이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F1 대회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잔여대회를 포기할 경우 당초 7년 계약(2016년까지) 위반에 따른 국제소송에 휘말린 소지가 많고 국제적 신뢰 추락과 경주장 사후 활용 등이 과제로 남게 된다. F1조직위 관계자는 “내년 대회 무산 때 2015년 복귀는 FOM도 동의한 부분”이라며 “다음 달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내부 논의를 거쳐서 향후 계획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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