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물외에 첨가물 없다” 주장… 美서 인기끌자 국내업체 수입 추진
담뱃잎에도 발암물질 다량 함유… 현행법상 제재수단 없어 골머리
전자담배, 무연담배, 씹는 담배까지…. 다양한 형태의 담배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신종 담배가 국내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 담뱃잎으로만 만들었다는 ‘100% 천연담배(Natural Tobacco)’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이 이 담배를 수입해 유통시키려 하고 있다.
일반 담배는 담뱃잎과 각종 화합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미국 스모킨조이사 등이 제조하고 있는 천연담배는 주원료가 담뱃잎이다. 제조 공정에서도 물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제조사들은 주장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100% 천연담배’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반 담배보다 비싸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이미 인기를 얻고 있다.
문제는 ‘100% 천연담배’라는 이름이 일반인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과일주스 등에 붙는 ‘100% 천연’이라는 수식어에 건강에 이롭다는 이미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몸에 해롭지 않은 담배라는 연상 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100% 천연’이라는 표기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 국민건강증진법은 담뱃갑에 가향 물질의 함유 표시만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커피향 담배, 바닐라향 담배 같은 이름을 담뱃갑에 표시할 수 없다. 하지만 향을 제외한 보통명사, 형용사의 사용을 제한하는 조항은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입을 추진하고 있는 한 업체가 ‘100% 천연’이라는 수식어를 담배에 붙여도 되는지를 문의해 오고 있다”며 “천연이라는 문구가 소비자들에게 건강에 무해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100% 천연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건강에 덜 해롭다는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담배 화합물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담뱃잎 자체가 니코틴 같은 발암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담뱃잎이 주원료인 담배들의 유해성이 드러나기도 했다. 입에 머금고 있으면 구강점막을 통해 니코틴이 흡수되는 ‘스누스’는 원료의 97%가 담뱃잎이고 소금, 물 등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하지만 스누스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가장 강력한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니트로사민 알칼로이드 등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체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았지만 해당 제품의 유통을 막을 장치도 없다. 담배사업법상 담배 제조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수입과 판매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만 하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담배 사업을 주관하는 기획재정부의 권준호 출자관리과장은 “담배의 정의에 신종 담배를 포함시키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됐고 곧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돼 신종 담배 규제의 근거가 생기면 구체적인 규제책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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