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 주차된 화물차에 불 지른 10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일 17시 34분


"너희 왜 불을 질렀어?"

"추워서 그랬어요."

11월 29일 오전 0시 반경, 중학교 3학년 A 군(15)과 B 군(15)은 서울 은평구 응암동 주택가 골목을 어슬렁거렸다. 이 날은 고등학교 원서를 내는 날이었지만 둘은 원서를 넣지 않았다. 대신 집에 가면 부모님한테 혼날까봐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주택가를 돌아다니다 문이 잠기지 않은 승용차에서 담배 6갑을 훔치기도 했다. 이후 둘은 영하의 기온에 바람까지 불자 추위를 피하려 한 빌라 지상 주차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들은 옆에 있던 포터 트럭 적재함 비닐 천막 위에 휴지를 올려 불을 붙였고 천막에는 구멍이 뚫렸다. 잠시 후 둘이 자리를 뜬 뒤 천막 안에 있던 서류와 공구에 불이 옮겨 붙었다. 불은 점점 커져 20분 동안 차량을 전소시켰다. 길가에 있던 승용차까지 불에 그을려 총 1800여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은 인근 차량에 있던 블랙박스를 보고 범인의 인상착의를 확보했다. 인근 주택가를 탐문 수사하던 경찰은 300m 떨어진 골목에서 A 군과 B 군을 붙잡았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차량에 불을 지르고 금품을 훔친 혐의(일반자동차 방화 및 절도)로 둘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추위 때문에 차에 불을 붙였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김성모 기자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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