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힘드니 대학원行” 20대전반 고용률 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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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통계청, 청년 고용률 분석
올해 43.1%… 외환위기 이후 최저, 전문가들 “취업 유도할 대책 필요”

서울의 한 사립대 졸업예정자인 조혜진(가명·23·여) 씨는 10월 중순 다시 ‘입시’를 치렀다. 바로 삼성그룹 입사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삼성 고시’로 불리는 SSAT의 올해 응시자는 약 9만2000명이나 됐다. 1995년 첫 시행 이후 역대 최다로 경쟁률만 20 대 1이었다. 최종 합격자 명단에 조 씨의 이름은 없었다.

조 씨는 현재 다른 대기업의 공채 결과도 기다리고 있지만 얼마 전 한 대학원에 합격해 예비등록을 마쳤다. 그는 “원하는 회사에 못 가면 대학원에 입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취업 대신 대학원 진학을 선택한 청년층이 늘면서 20대 전반(20∼24세)의 취업률이 낮아지고 있다. 이는 청년층 전체의 고용률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청년층 고용률 40% 아래로

1일 고용노동부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1∼9월)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39.7%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40% 밑으로 내려갔다. 청년층 고용률은 2000년대 초반 45.1%(2002, 2004년)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40.4%로 떨어졌다. 연령대별로 들여다보면, 이른바 주 취업 연령층인 20대 후반(25∼29세)의 고용률은 1998년 62.9%에서 2011년 69.7%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68.8%를 기록했다.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68% 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20대 전반(20∼24세)은 정반대 상황이다. 1998년 50.0%였던 고용률은 2002년(53.6%) 이후 하락세를 보인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20대 전반의 고용률은 43.1%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 결국 1998년 20대 전반과 후반의 고용률 차이는 12.9%포인트였지만 올해는 25.7%포인트로 배 가까이 벌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진학률이다. 대학 진학률은 여전히 70% 이상이고 재적생은 2010년 200만 명을 돌파한 뒤 올해는 212만 명을 넘었다. 특히 대학원의 경우 2011년 전체 입학자 가운데 20대 전반의 비중이 처음 20%를 넘었고 지난해에는 20.9%에 달했다.

○ 근본적인 청년고용 정책 필요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였다. 1998년 300인 이상 기업 취업자 가운데 청년층 비중은 30.0%였지만 올해는 18.0%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대기업 입사를 위한 휴학 진학 등 이른바 ‘도피성 선택’을 하는 청년층은 줄지 않고 있다. 특히 20대 전반에서 이런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전체 청년층 가운데 25∼29세 비중은 1998년 37.7%에서 올해는 34.7%로 떨어진 반면 20∼24세의 비중은 28.1%에서 31.2%로 올랐다. 20대 후반이 취업 주 연령층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전체 청년층의 고용률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호영 국제무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단기 일자리로 고용률을 높이기보다 학위와 구직이 연결되는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은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것보다 취업을 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분위기를 만들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20대 취업#대학원 진학#청년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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