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을 옮기면 느껴진다. 차 한잔 마시러 들른 북 카페, 리모델링한 옛날 여인숙, 그리고 영화관에서도 고암 이응노 화백(1904∼1989)이 ‘조용한 행동주의자’였다는 것을….
이응노미술관(관장 이지호)이 준비해 내년 2월 9일까지 여는 ‘조용한 행동주의’전. 닫힌 미술관 속 천편일률적 전시가 아니라 대전지역 4개 대안 문화예술 주체인 ‘대전아트시네마’, ‘산호여인숙’, ‘월간 토마토’, ‘카페 비돌’을 미술관 안에 재현했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신념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실험적 문화 행위를 펼쳐 왔다.
미술관 측의 이번 시도는 21세기 미술의 영역 확장으로 보인다. 조용하면서도 과감한 문화적 실험정신, 장르나 매체의 구분 없이 현실과 끊임없는 소통을 시도했던 이 화백의 실천주의적 예술 행위와의 접점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한 것.
중구 대흥동에 있는 ‘산호여인숙’은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게스트하우스를 표방한다. 여행자들을 위한 방의 본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전시와 공연, 퍼포먼스, 작가 레지던시 공간을 운영하는 독특하고 활기찬 복합 문화 공간이다.
여행자를 위한 간이침대 몇 개 있는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예술이 만난다. ‘카페 비돌’(대흥동)은 카페 겸 주점으로 운영되는 동시에 전시, 퍼포먼스, 토론 등 다양한 예술행위가 자유롭게 이뤄진다. 비돌 건축물에 사용된 캔, 깡통 등을 활용한 독특한 구조물 등이 미술관 안에 비슷하게 재현됐다. 천장에 있는 종이 모빌은 이 화백의 ‘군상’ 작품에서 찾은 것.
역시 대흥동에 있는 ‘월간 토마토’도 사람 그리고 콘텐츠, 예술을 생산하는 문화 잡지 공간이다. 대전아트시네마는 대전 유일의 예술영화 상영관으로 영상교육, 인문학 강좌 등이 함께 운영되는 복합 문화 시설이다.
이지호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대전이라는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수면에 드러나는 지역의 문화 행동 단체에 주목했다. 다양한 행위를 통해 일반 대중과 호흡하며 지역 문화의 한 축을 만들어가는 그들의 노력과 이 화백이 추구했던 실천주의적 예술 정신의 연결고리를 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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