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입구 LH보금자리주택 22단지 입주지원센터에서 만난 김숙자 씨(55)는 새 집 이사를 앞둔 주부의 설렘과 공사가 한창인 주변 시설에 대한 학부모로서의 걱정을 함께 표시했다.
이날은 송파구, 경기 성남시, 하남시에 걸쳐 약 677만 m²에 조성 중인 위례신도시 주민 4만여 명의 첫 입주가 시작된 날. 첫 입주단지인 LH보금자리주택 22·24단지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내리는 겨울비에도 불구하도 이삿짐 트럭에서 짐을 내리고 입주 절차를 밟기 위해 분주했다. 일찍부터 송파구가 행정 지원을 위해 차린 민원분소에 나와 전입신고를 마친 주민도 있었다. 새로 지은 아파트 주변은 깨끗하고 단지 내부는 잘 정비됐다. 하지만 길 건너편에서는 여전히 포클레인이 흙을 퍼내고 있었고 공사 자재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 새집에 설레지만 기반 시설 문제 불안
위례신도시는 장기간의 부동산 불황 속에서도 분양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끌었던 지역이다.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은 ‘강남의 마지막 반값아파트’라고 불리며 2011년 청약 당시 일반분양 1순위에서 최고 46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유는 수도권 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 강남 지역에 걸쳐 있는 데다 잠실역이 자동차로 불과 15∼20분 걸릴 만큼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신도시에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한 단지 2950가구(인구 약 7400명)는 보금자리주택 입주자들이다. ‘내 집’을 처음 장만한 생애최초주택구입자와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등이 많아 12월 입주 시작과 함께 이사하는 주민이 많다.
그러나 4만여 가구에 이르는 신도시의 최종 입주는 2017년에나 마무리된다. 지난달에야 분양이 마무리된 단지도 있으며 대부분의 입주는 2015년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도로와 상업 시설 등이 부족해 초기 입주자들은 당분간 불편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다. 단지에서 기자가 만난 주민들은 “가장 불편한 점은 교통 문제”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서울버스 440번과 성남시 50번 버스가 이날부터 위례신도시로 운행을 시작했지만 입주가 본격화되면 이 정도로는 턱도 없다는 것. 노선을 증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입주자 김모 씨(59)는 “복정역이나 장지역에서 택시를 타야 하는데 그 인근에 택시도 드물고 위례신도시로는 잘 가지 않으려 한다”며 “주민 편의를 위해 인근 지하철역까지 LH공사에서 임시 셔틀버스라도 운행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박모 씨(44)는 “입주자가 일정 인구 이상이 되면 서울 시내와 성남으로 향하는 광역버스가 생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요구들에 대해 서울시 측은 “입주 상황을 고려해 버스 노선의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2015년 입주 집중, 경전철 등 착공도 못해
분양 당시 개통 예정이라고 홍보했던 경전철 위례선과 위례-신사선은 아직 착공을 못한 상황이다. 위례신도시에는 정부의 광역교통 개선 대책에 따라 경전철 2개 노선이 예정돼 있다. 위례신도시에서 가락시장과 학여울역을 거쳐 신사역까지 연결하는 위례신사선과 복정역과 마천역을 연결하는 지상 트램인 위례선이다. 서울시는 올해 7월 위례신도시 경전철을 포함한 ‘서울 도시철도 종합발전 방안’을 확정해 국토교통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직 정부의 최종 승인이 나지 않아 민자 사업자 선정과 착공 등 이후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주민 홍모 씨는 “경전철 사업을 두고 논란이 많아 사업이 더 늦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교와 병원, 어린이집 등 편의시설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첫 입주단지 옆 학교는 내년 3월 개교 예정이지만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상업시설은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입주한 슈퍼마켓과 공인중개소뿐이라 생활필수품을 사려면 자동차로 5∼10분 걸리는 송파구 장지동을 찾아가야 한다. 입주 예정인 한 주부는 “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이 공사장을 지나 통학을 할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보행로 정비와 편의시설 입주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