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술마시고 운전석 잠든새 車굴렀다면 음주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2일 03시 00분


“운전했다고 단정할수 없어” 항소심 재판부 무죄 선고

5월 23일 오전 6시경 전북 익산시 영등동의 한 언덕길. 회사원 유모 씨(32)는 음주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대리운전기사가 세워둔 유 씨의 차량이 언덕길 4∼5m를 내려가 앞 차량 뒷부분을 들이받았기 때문. 당시 유 씨는 운전석에서 신발을 벗은 채 잠들어 있었고 차량은 시동이 켜진 상태였다. 경찰이 차량 문을 연 뒤 현장 사진을 찍고 시동을 끌 때까지도 유 씨는 잠에서 깨지 못했다. 승용차는 사이드브레이크가 풀려 있었고 기어는 중립(N) 상태였다.

유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55%(면허 취소는 0.1% 이상)로 측정돼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2년 전 음주운전으로 집행유예 2년을 받는 등 모두 네 차례나 음주운전을 한 과거가 있어 실형을 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유 씨는 “근처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으로 이동한 뒤 운전석에 앉아 잠을 잤을 뿐 승용차를 운전하지는 않았다. 차량이 브레이크가 풀리면서 내리막 경사를 내려간 것”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전주지법 형사합의1부(재판장 박원규)는 11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대리운전을 했던 기사도 “승용차의 시동을 켠 채 내렸고 기어를 주차(P)에 두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유 씨가 승용차를 운전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음주운전#대리운전#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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