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서인(노론)의 영수이자 사상적 지주였던 우암 송시열 선생(1607∼1689)의 ‘만동묘 중수기 현판(萬東廟 重修記 懸板·사진)’이 특별 공개된다. 국립청주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우암 선생 탄생일(14일·음력11월 12일)을 맞아 올해 새로 입수한 ‘만동묘 중수기 현판’을 12일부터 22일까지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만동묘’는 1689년(숙종 15년) 우암 선생이 사사(賜死·임금으로부터 사약을 받아 죽음에 이르는 것)될 때 제자 권상하에게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도와 준 명나라의 신종(神宗)과 병자호란 때 의를 지킨 의종(毅宗)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낼 것을 당부해 건립된 사당. 대의명분과 심성(心性)을 중시했던 우암 선생의 사상이 깃든 곳으로, 화양서원과 함께 기호학파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과 고종의 복구 명령으로 부침(浮沈)을 겪다가 1908년 항일의 정신적 버팀목을 한다는 이유로 헐렸다. 이후 충청도 유림(儒林)들은 만동묘를 다시 만든 뒤 그 내용을 담아 ‘만동묘 중수기 현판’을 제작했다. 현판은 가로 123cm, 세로 80cm 크기로 6개의 판자를 연결해 그 안에 글씨를 새겼다. 이 현판은 그동안 충남 천안시에 사는 한 개인이 갖고 있었으며, 청주박물관이 8월에 입수했다. 박물관 측은 안전 보존을 위해 미생물 방제 처리를 했다. 청주박물관 관계자는 “일제에 타협하지 않았던 충청도 일대 유림들의 올곧은 춘추대의(春秋大義) 정신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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