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범하려는 성범죄자의 왜곡된 욕구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심리와 유사하다. 성폭력은 성충동을 주체하지 못한 결과라기보다 억눌린 분노를 약자를 향해 표출하는 행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범죄자 입장에서 노인과 아동은 물리적으로 제압하기 쉽고 상황 대처능력이 취약해 자신이 쉽게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아동 성범죄자 가운데 상당수는 노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전력을 함께 갖고 있다.
지난해 경남 통영에서 여자 초등생을 성추행한 뒤 살해한 범인 김점덕(46)은 7년 전인 2005년에 62세 노인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전과가 있다. 김은 당시 선원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할 일 없이 지내며 동네를 배회하다 냇가에서 다슬기를 채취하던 할머니를 공격했다. 강간미수·상해 등으로 5년간 복역하고 나온 김은 얼마 후 10세 소녀를 다음 희생양으로 삼았다.
통영 사건 때 김을 심층 면담한 경남지방경찰청 조혜란 프로파일러는 “김 씨가 특별히 아동이나 노인을 선호하는 성적 기호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자기가 만만하게 다룰 수 있는 상대를 찾았던 것”이라며 “범행 당시 10세 소녀나 할머니가 홀로 방치된 상황이었고 이들이 자신을 경계하지 않아 성폭행을 해도 별 탈이 안 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7세와 8세 여아를 3차례 강제추행했던 화물차 운전사가 70, 80대 할머니를 성폭행한 사례도 있다. 조모 씨(57)는 지난해 2월 경기 의왕시에서 88세 여성을, 그해 10월 부산에서 77세 여성을 성폭행해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조 씨의 변호사는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조 씨가 당뇨가 심해 성기능 장애가 있었다. 또래나 젊은 여성들한테는 접근할 엄두도 못 낼 만큼 자신감이 없다 보니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상대를 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아동이나 노인을 노리는 성범죄자들은 자존감이 낮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성장했고, 경제적인 능력도 없어 주변 사람들에게 존중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평소 열등감과 불만을 품고 있다가 주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약자들을 상대로 억눌린 분노를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경찰수사연수원 권일용 경감(프로파일러)은 “이들 성범죄자는 강간을 통해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희열을 느끼고 자존감을 회복하려 한다”며 “정서적으로 미성숙해 동년배 여성들과는 정상적인 관계를 맺기 어렵기 때문에 노인과 아동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성폭행 피해를 당한 노인들 사례를 보면 파지를 수집하러 다니는 등 외부에 자주 노출되거나 문단속을 잘 하지 않는 홀몸노인이 70%에 이른다. 피해 아동들 역시 대체로 가정에서 방치되거나 우범지역에 사는 빈곤층 아이들이다. 주변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해 조금만 친근하게 다가가면 경계심을 풀어버리는 이들의 약점을 성범죄자들은 파고든다. 전문가들은 노인과 아동 성범죄자가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노인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동 성범죄까지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