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오토바이 절반이 무등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3일 03시 00분


[시동 꺼! 반친운전]<2>불법 운행 사각지대 된 대학

올해 9월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내에 주차된 미신고 오토바이들. 이날 서울대에서 확인한 50대의 오토바이 가운데 30대가 번호판이 없는 미신고 오토바이였다.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 최덕수 씨 제공
올해 9월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내에 주차된 미신고 오토바이들. 이날 서울대에서 확인한 50대의 오토바이 가운데 30대가 번호판이 없는 미신고 오토바이였다.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 최덕수 씨 제공
이달 초 서울 성북구 국민대의 한 오토바이 주차장. 주차된 오토바이 5대 가운데 4대가 번호판이 없는 미신고 오토바이였다. 지난달 11일 찾은 서울 성동구 한양대의 상황도 비슷했다. 오토바이 주차장에 세워진 오토바이 19대 중 17대에 번호판이 없었다.

오토바이는 자동차보다 가격이 싸고 유지비 부담이 적어 일부 대학생이 애용하는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캠퍼스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미신고 오토바이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 시 제대로 보상을 받기 힘들뿐더러 번호판 추적이 불가능해 범죄에 악용될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50cc 미만 오토바이까지 보험 가입과 사용 신고 의무화를 확대했다. 오토바이에 번호판이 없으면 자동차관리법 위반이 돼 최고 과태료 50만 원이 부과된다. 제도 시행 1년 반가량이 지난 지금 캠퍼스의 현실은 어떨까.

○ 캠퍼스 내 오토바이 중 절반은 미신고

본보 ‘시동 꺼! 반칙운전’ 취재팀과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한양대 대학생들로 이뤄진 특별취재팀은 9월 30일부터 10월 14일까지 서울 시내 재학생 1만 명 이상 대학 12곳의 캠퍼스를 대상으로 미신고 오토바이 실태를 조사했다. 해당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국민대 동국대 서울대 성균관대 세종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이상 가나다순)다. 취재팀이 현장 조사를 통해 살펴본 오토바이 429대 가운데 49.9%(214대)가 번호판이 없는 미신고 오토바이였다.

오토바이 사용신고는 소유권을 증명하는 서류(매매계약서, 오토바이제작증)와 의무보험가입증서, 신분증을 갖고 구청에 신고하면 된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를 귀찮게 여기거나 보험료가 부담돼 신고를 안 하고 있다. 미신고 오토바이를 몰고 있는 한양대생 A 씨(21)는 “보험료가 1년에 40만 원 이상 나온다. 사고 안 나게 조심조심 타면 그만큼 돈을 아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는 사고 시 보험처리가 안돼 많은 액수의 합의금을 날리기 쉽다. 미신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낸 한양대생 B 씨는 “택시 측면이 살짝 긁힐 정도의 경미한 사고였는데 택시 승객이 발목을 다쳤다며 보상금을 요구하더라. 미신고 오토바이인 줄 알고 그런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택시 수리비 50만 원과 승객 치료비 20만 원 등 70만 원에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 학교 업무용도 번호판 없이 운행

캠퍼스 내에서 미신고 오토바이 단속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캠퍼스 내 도로는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지 않아 단속 경찰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다. 학교 당국의 대처도 미흡하다. 조사 대상이 된 12개 대학 중 건국대를 제외하고는 미신고 오토바이에 대해 따로 조치를 취하는 학교를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대는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오토바이 4대조차 미신고 상태로 운행하고 있었다. 학생에게 오토바이 사용 신고를 독려해야 할 학교가 업무용 오토바이를 미신고 상태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대는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늦어졌다. 연말까지 모두 신고하겠다”고 해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 기사 취재에는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 이여진 이혜원 장원규 정완림 최덕수 씨가 참여했습니다.
#미신고 오토바이#캠퍼스 오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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