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 선모 씨(36·무직)는 돈을 주고 성행위를 하는 이른바 ‘조건 만남녀’를 만나는 날이면 항상 안경을 썼다. 모텔에서 조건 만남녀와 잠자리를 갖는 동안에도 안경을 벗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검은색 뿔테안경이었지만 실제는 수십만 원에 이르는 고가의 ‘특수 장비’였다. 이 안경은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스파이캠(몰카 안경·사진)’이었다.
선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인터넷에서 구입한 몰카 안경을 이용해 성행위 장면을 촬영한 뒤 올 8월부터 총 14명의 여성이 나오는 동영상 16편을 만들었다. 안경을 침대 옆에 놓고 촬영하기도 했다. 동영상에 나온 자신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한 뒤 웹하드에 올려 다른 이들이 내려받도록 했다. 그는 어두컴컴한 모텔에서 촬영한 동영상의 화질이 좋지 않자 38만 원대 고급 스파이캠을 사용하기도 했다.
선 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촬영해 혼자 보려고 했다. 하지만 친구가 이를 알고 웹하드에 올리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해 동영상을 유포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그가 올해 11월까지 벌어들인 돈은 고작 4000원에 불과했다. 돈을 내고 동영상을 내려받은 이가 거의 없었고 내려받은 이들이 동영상을 불법 유통시켰기 때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선 씨를 음란물 유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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