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런 말을 하는 울산시와 구군 공무원이 많다. 내년 6월 말 임기가 끝나는 현 자치단체장이 하는 마지막 인사가 이달 말∼내년 1월 초 예정돼 있기 때문. 단체장이 3연임을 해 다음 선거에 나서지 못하거나 불출마 선언을 한 자치단체에서는 이번 인사를 분기점으로 레임덕(권력 누수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내년 지방선거에서 연임을 노리는 자치단체장도 공무원 표심을 의식해 공직기강을 제대로 다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울산 북구의 재정자립도는 37.8%. 울산의 5개 구군 가운데 3위다. 북구가 최근 한 벌에 30만 원 하는 아웃도어를 전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산불진화와 사기진작이 목적. 구입비는 1억8000만 원에 이르지만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법으로 업체를 선정했다. 공개경쟁입찰로는 직원들이 선호하는 메이커의 옷을 구매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예산으로 직원들에게 비싼 옷을 지급하느냐”는 비난이 일자 산불진화요원과 설해(雪害) 예방 공무원에게만 이 옷을 지급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북구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또 있다. 북구 소속 청원경찰(무기 계약직 공무원) A 씨(47)가 친구 1명과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 칭다오(靑島)로 떠난 건 토요 휴무일인 올 9월 7일. 그는 다음 날 귀국 수속을 밟다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마약을 한국으로 밀반입하려 한 혐의다. 북구는 A 씨가 마약 밀반입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된 사실을 3개월이 흐른 지난달 26일 외교부로부터 통보를 받고서야 알았다.
울산발전연구원 소속 연구원 등 직원 13명은 최근 3년간 89회에 걸쳐 연구원장에게 신고도 없이 대가를 받고 외부 강의와 회의 등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5명은 개인 자격으로 외부 기관에 출강해 강의하고도 ‘출장’으로 근무상황부에 기재한 뒤 연가보상비까지 챙기다 감사에서 적발됐다.
공무원들의 기강해이와 근무태만은 예산낭비뿐 아니라 시민 피해로 직결된다. ‘12월 인사’가 레임덕과 모럴해저드의 시작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단체장 임기 종료를 앞두고 공직기장을 다잡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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