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조건 50억, 공갈죄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1000억대 자산가의 내연녀
문자메시지로 “나 임신했다”… 낙태 종용받자 돈 받고 수술
大法 “먼저 요구 안해… 무죄”

이혼한 뒤 혼자 살던 A 씨(46·여)는 2004년경 등산 모임에서 18세 연상의 유부남인 B 씨(64)를 만나 내연관계로 지내왔다. B 씨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본인과 회사 명의로 공시지가 1000억 원 상당의 토지들을 보유한 자산가였다. 만남이 시작되고 초기 수년간은 두 사람 간에 금전 거래는 없었다. 그러다 2007년경부터 B 씨는 A 씨에게 매달 생활비 명목으로 500만 원을 보내줬다.

만난 지 4년 남짓 지났을 때인 2008년 A 씨가 임신했다. B 씨는 그동안 A 씨의 가임기를 피해 성관계를 맺어왔으나 ‘실수’한 셈이었다. 반면 A 씨는 종종 산부인과를 찾아 임신 가능 여부와 배란기를 확인하는 등 진료를 받아왔다. 임신한 A 씨는 B 씨가 낙태를 요구할까 봐 임신 사실을 밝히지 않고 프랑스에 간다고만 했다. 그러고는 유산을 막기 위해 산부인과에 입원했다. 임신 안정기에 접어든 두 달 뒤 문자메시지로 임신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B 씨는 다음 날 A 씨를 불러 “중국에 있는 병원을 알아봐줄 테니 낙태하라”고 요구했지만 A 씨는 응하지 않았다.

당황한 B 씨는 변호사를 만나 상담한 뒤 지인을 중개인으로 내세워 ‘협상’에 나섰다. 이 사실이 가족과 회사에 알려질까 두려웠고, 나중에 혼외 자녀와 기존 자녀들 사이에 재산 분쟁이 일어날까 걱정됐던 탓이다. A 씨는 중개인이 계속 낙태를 하면 돈을 주겠다는 뉘앙스로 말하자 ‘그러면 100억 원을 줄 수 있냐’고 따져 물었다. 이 말을 전해들은 B 씨는 현금 10억 원→20억 원→20억 원과 20억 원 상당의 빌라→40억 원 등 수차례 조건을 바꿔가며 제안했지만 A 씨는 모두 거절하다 2009년 2월 ‘50억 원 정도면 낙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 자리에서 수술 날짜와 장소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후 B 씨가 금액을 낮추려 하자 A 씨는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고 겁을 주기도 했다.

A 씨는 임신 4개월째 50억 원을 입금 받고 낙태를 했다. 하지만 낙태 사실을 확인한 B 씨는 즉시 ‘입금된 돈은 경찰과 은행이 지켜보고 있다. 경찰 수배를 피하려면 돌려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A 씨를 경찰에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앞서 1·2심은 “돈을 받고 낙태를 한 A 씨의 행위가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는 있지만 돈을 갈취하기 위해 협박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 씨가 임신을 빌미로 먼저 돈을 요구하지 않았고, 1인 시위 발언 역시 합의금액이 결정된 뒤 B 씨 측이 이를 깎으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나온 점 등을 감안하면 A 씨가 협박을 통해 금품을 갈취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도 이와 같았다. 대법원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공갈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낙태#공갈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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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추천 많은 댓글

  • 2013-12-18 05:43:55

    역시 아줌마의 쾌거? 왜 매춘 아니지? 종종 견본처럼 많이들 애용하슈 ㅎㅎㅎ 여성부 매춘 금지하고 이런 방법으로 살라고 전도하슈 매춘간판 내리니 욕구 못처리하는 숫놈들 성폭력범으로 전국여기저기 봉기 하누나 어쩔래 여성부 대책 말해봐 이슬람국가도 존재하는 매춘을?

  • 2013-12-18 10:59:49

    첩으로 데리고 멀리 딴집에서 살면되지 50억원은 누구 개이름이냐?. 그 돈을 왜주나!. 창피해서~~~그렇게 계산을 못한것도 참 바보였구나' 흐흐흐흐

  • 2013-12-18 07:40:58

    공갈 혐의로 고소하는 놈이나, 그것을 범죄로 판단하여 기소하는 놈이나 그놈이 그놈이구먼, 무식하기는 매 일반이다는 말씀이지, 요즘 검사들 시험도 안보냐, 그것을 기소하여 뒷 감당어케 할려고 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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