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이 사상 최장 기간 지속되고 서울지하철마저 18일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18일 오후 2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산정범위의 기준이 될 판결을 내린다. 통상임금 개념을 둘러싸고 사용자 및 근로자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이날 판결 내용이 노사는 물론이고 노정관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판결의 핵심은 통상임금 범위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되는지다. 통상임금은 연장 야간 휴일근로 등 초과근로수당의 기준이 되는 임금. 주로 고정 지급되는 임금 항목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지금까지는 상여금을 비롯해 통근수당 가족수당 교육수당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상여금이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점을 들어 통상임금 범위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일부 사업장에서 이미 통상임금 범위를 조정하고 있고 노사 간 소송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재계는 통상임금 범위가 노동계 요구대로 확대될 경우 약 38조 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5조 원대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어느 쪽이든 모두 기업의 추가 부담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임금채권 소멸 시효가 지나지 않은 지난 3년간의 초과근로수당을 다시 계산해 지급하라는 근로자들의 줄소송도 예상된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도 쉽게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우려된다.
법원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소극적으로 해석할 경우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에 이어 이번 철도노조 파업까지, 최악인 노정관계에 자칫 기름을 부을 소지가 있다. 통상임금이 근로자들의 ‘수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민영화 같은 정치적 이슈에 비해 휘발성이 훨씬 강하다.
또 어떤 결론이 나와도 강성노조가 있는 대기업들은 임금체계 개편 등 타협안을 서둘러 만들겠지만 중소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어떤 결론이 나든 사업장별 임단협이 진행되는 내년 춘투(春鬪)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느 쪽에 유리한 결론이 난다면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사업장 이전, 노동계 반발 등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며 “서로의 이해관계를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노사가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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