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하철까지 파업땐…” 노사 마음 통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서울지하철 파업철회 막전막후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임금단체협상이 파업 돌입 9시간 반 전인 17일 밤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파업 중인 철도와 지하철의 연쇄 파업으로 시민의 발이 묶기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게 됐다.

사실 17일 저녁까지만 해도 파업에 돌입하는 듯했다. 16일 오후 4시부터 17일 오전 7시까지 마라톤 교섭을 벌였지만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따른 보상비율과 정년 연장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후 10시 본교섭에 들어가기 직전 사측이 전격적으로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대로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되 현재 58세(1955년생)는 6개월, 57세(1956년생)는 1년만 연장하자던 안에서 각각 1년, 1년 6개월 연장하는 안으로 수정했다. 일괄 2년 연장을 주장하던 노조 측도 고민 끝에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그 대신 청년고용 의무조항을 넣어 신규 채용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오후 11시부터 최종 협상을 시작해 20분 만에 타결했다. 철도노조 파업과 달리 서울메트로 파업은 임금과 근로조건이 쟁점인 합법적인 파업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철까지 파업에 가세할 경우 부담이 크다는 우려 속에 노사가 한발씩 양보한 것이다.

협상 타결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노조 측의 신뢰도 한몫했다. 박 시장은 노동문제 전문가인 주진우 정책특보를 협상장으로 급파해 조정자 역할을 하도록 했고, 17일 오후 11시에 직접 협상장을 찾아 타결을 독려했다.

서울지하철노조와 함께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던 제2노조(서울메트로노조)도 파업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 노조 관계자는 “사실상 16일에 합의를 해 놓고 ‘박원순이 해결했다’는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 17일 밤까지 질질 끌다 박 시장이 오자마자 타결한 꼴”이라고 주장했지만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서울지하철노조 측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한편 노사가 극적으로 협상에 성공한 배경에는 서울메트로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비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메트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대부분 공기업이 없앤 누진제를 2002년 이전 입사자 8112명을 대상으로 유지해 왔다. 또 이 회사는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으면서도 2010∼2012년 연차휴가수당을 306억 원 초과 지급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서울지하철#파업철회#서울 메트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