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우러 왔다 오히려 배우고 가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3시 00분


소록도 찾은 예비 나이팅게일 30명… 충청대 간호학과 3박4일 봉사

충청대 간호학과 학생들이 나흘간 소록도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충청대 제공
충청대 간호학과 학생들이 나흘간 소록도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충청대 제공
“어려운 형편의 한센인 환자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됐는데, 오히려 그분들에게 도움과 배움을 얻어 돌아가게 됐네요.”

충청대 간호학과(학과장 박경순 교수)에 재학 중인 ‘예비 나이팅게일’들이 한센인들이 살고 있는 남도의 끝자락인 전남 고흥군 소록도를 찾아 온정(溫情)을 쏟고 왔다. 간호학과 동아리인 ‘무한간호’(회장 유서영) 소속 학생 30명은 박 교수와 함께 16∼19일 국립소록도병원을 찾아 한센병 환자들을 상대로 봉사활동을 펼쳤다.

1학년 12명, 2학년 8명, 3학년 10명 등으로 구성된 봉사단원들은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환자들을 깨우고 씻긴 뒤 일일이 식사를 도왔다. 대부분의 환자가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식사를 할 때 옆에 앉아 턱받이를 해주고, 숟가락을 쥐여주거나 음식을 먹여줬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양치질을 돕고 따뜻한 수건으로 손과 발 등을 닦았다. 이어 점심식사 전까지 학생들은 조를 나눠 소록도병원 직원들과 함께 병실을 돌며 환자들의 기저귀를 갈아줬다.

오후에도 기저귀와 병상 시트 교체 등 봉사활동이 이어졌다. 거동이 힘든 환자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병원 주변을 산책하며 말동무가 돼 주거나 재활운동을 도왔다. 학생들은 환자들의 저녁식사까지 챙긴 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오후 6시 반경 모여 평가 시간을 가졌다.

동아리 회장인 유서영 씨(23·3학년)는 “한 한센인 환자분께 카스텔라 빵을 먹여드렸더니 제 손을 꼭 붙잡고 ‘정말 고맙다. 나이팅게일의 훌륭한 후배가 되도록 평생 기도하겠다’고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며 “솔직히 소록도에 오기 전 한센병에 대한 걱정도 있었는데 막상 그분들을 대하고 보니 모두가 마음이 따뜻한 우리 이웃들과 같았다”고 말했다. 무한간호 동아리는 내년에도 정기적으로 소록도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박 교수는 “올 여름방학에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 소록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며 “간호사는 질병뿐만 아니라 환자의 마음도 치료한다는 마음자세가 필요한데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이 같은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대 간호학과는 2010년 3년제로 개설됐으며 2011년 충북도내 전문대 가운데 처음으로 4년제 학사학위 과정 설치를 승인 받았다. 내년 2월에 배출될 첫 졸업생 36명 모두가 충북대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고려대병원 등에 취업이 확정된 상태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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