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초중고생이 어려워하는 과목 중 하나다. 학생들이 과학이론을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보지 않고 복잡한 공식만을 암기하려고 하는 탓이다. 최근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과학 학습방법을 두고 새로운 방식을 고려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색다른 과학강연인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가 20, 21일 양일간 서울 서대문구 NH아트홀에서 열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초중고생이 과학에 대한 꿈을 갖고 과학이론을 좀 더 쉽고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된 공연.
‘마음껏 상상하라!’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과학콘서트에선 ‘산타클로스의 낡은 썰매를 고쳐주고 잃어버린 선물을 되찾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공연이 총 4회로 나뉘어 펼쳐졌다. 20일 행사 개막식에 참석한 장석영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인재관은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이번 강연을 통해 청소년들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과학원리와 정보통신기술을 실생활 속에서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범죄·추리 소재 활용한 과학강연
“여러분, 산타클로스의 썰매가 고장났어요! 20억 명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빨리 가져다줄 수 있도록 특수상대성이론을 밝혀낸 아인슈타인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해볼까요?”
“이번에는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누군가 훔쳐갔군요! 흔적에 남아있는 DNA를 조사해 범인을 찾아봐요. 로절린드 프랭클린 아저씨를 만나 DNA의 이중 나선 모형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면 범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과학자와 만드는 상상 썰매: 썰매의 비밀’ ‘크리스마스 선물 도난사건: 범인을 찾아라’란 제목으로 공연이 펼쳐지자 학생들은 연극에 빠져들었다. 아인슈타인, 갈릴레이, 뉴턴 등의 과학자를 맡은 연기자는 대형 스크린 앞에 나와 연기를 펼쳤다. 공연 내용에는 학생들이 과학 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범죄·추리 소재를 활용했다. 예를 들어 ‘산타가 어떻게 하루 만에 전 지구 아이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통해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천체운동 이론을 배울 수 있다.
“막연했던 과학 이론이 이해돼요”
이번 콘서트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극장식 과학강연’ 형식을 활용했다. 매년 크리스마스에 영국왕립연구소(Royal institution)가 그해의 과학적 이슈를 주제로 진행하는 공연 프로그램에서 쓰는 방식이다. 공연 중간에는 관객 중 일부가 직접 단상으로 나와 보이지 않는 단서를 찾기 위한 화학실험에 참여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실험을 보며 화학작용, DNA 구조와 같은 어려운 화학이론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콘서트 기획을 맡은 영국 노팅엄 트렌트대(Notthingham Trent University) 과학공연팀의 마틴 리 교수는 “아이들에게 친근한 크리스마스라는 주제를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이론으로만 접하던 과학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에서 구체화하는 간단한 과정만으로도 창의적 사고훈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0일 ‘과학자와 만드는 상상 썰매’ 공연을 관람한 서울 청운중 3학년 최민성 군은 “중2 과학시간에 배운 소리의 횡파와 종파 개념은 책에서 봤을 땐 막연히 복잡하고 어려웠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소리의 전파 속도만큼 빠른 썰매를 설명하는 걸 들으니 소리의 파동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학지식과 창의력 겸비한 인재 양성
한국과학창의재단은 현재 진행되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강연에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 같은 형태의 ‘스토리텔링형 과학공연’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진행하는 ‘무한상상 꿈틀 콘서트’는 공연·연극과 과학강연을 결합한 콘서트형 융합지식강연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2013년에 △초중고 각급 학교 및 사회복지 시설을 방문해 강연하는 ‘찾아가는 과학강연’ △과학관 등을 탐방하는 ‘무한상상 탐방 강연’ △전·현직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청소년 진로지도 클리닉’ △‘무한상상 꿈틀 콘서트’ 등 초중고생과 성인 대상 강연을 1000회 이상 진행했다.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2014년에는 프로그램을 더 확대해 과학지식뿐만 아니라 창의력까지 겸비한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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