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박태만 수석부위원장과 노조원 3명이 이틀째 은신 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주변은 25일 하루 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은 조계사 주변에 경찰 100여 명을 배치해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24일 오후 8시경 극락전 안으로 들어간 이들은 25일 오전까지 1층에 머물렀지만 일부 불교 신자들의 항의로 2층으로 이동했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 정의당 박원석 의원, 대한성공회 유시경 신부 등이 오전부터 극락전을 찾아 이들과 만났다.
조계사를 찾은 일부 불교 신자는 철도노조원이 은신해 있는 극락전을 향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느냐. 빨리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불교 신자 박모 씨(58)는 “종교시설에 경찰이 못 들어온다고 무슨 일만 있으면 이리로 은신하러 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오후 2시경에는 조계사 안으로 들어와 있던 사복 경찰 2명이 철도 파업 지지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임을 눈치 챈 철도노조 지지자들이 “경찰이 조계사를 왜 들어오느냐. 소속을 밝히라”고 항의하자 사복 경찰은 “왜 이러세요. 시민입니다”라고 하다 허리춤에 찬 수갑이 드러나자 곧바로 조계사 밖으로 빠져나갔다.
경찰은 조계사가 종교시설인 만큼 직접 들어가 체포하지는 않고 대신 조계사 출입 차량과 시민들을 확인하며 철도노조원들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측도 체포 대상자인 박 수석부위원장이 허락 없이 조계사에 들어온 것에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총무원 기획실장인 일감 스님은 “지난 몇 년 사이 명동성당이 외부 인사들의 농성을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철도노조원들이 조계사를 은신처로 선택한 것 같다”며 “불법 파업과 관련된 수배자이지만 종교 단체의 입장에서 살겠다고 둥지로 찾아온 새들을 내쫓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경찰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입주해 있는 서울 중구 정동의 경향신문사 건물 내를 철도노조 지도부의 유력한 은신처로 보고 있다. 22일 ‘민노총 진입 작전’에 투입됐던 경찰 고위 관계자는 “당일 새벽 민노총 건물 안으로 다량의 버너와 라면, 생수 등이 반입됐다는 첩보를 들었다”며 지도부의 건물 내 은신설에 무게를 뒀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철도노조 수배자들이 2, 3명씩 조를 이뤄 도피 중이며 추가로 조계사로 모일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며 “조계사의 경찰 검문 때문에 이 방안이 어렵게 되면 일부는 서울의 다른 사찰로 분산 잠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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